주먹구구식 경영 탈피
창업 이후 회사의 모든 일에 관여하던 사장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싫어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팀장들에게 권한을 주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필자가 다녔던 모든 회사에서 공통으로 보였던 점입니다. 본인이 오너인 사장일수록 더한 경향을 보이죠.
회사의 규모와 조직이 커지면 사장이 혼자 모든 것을 관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임원이나 팀장에게 역할과 책임을 주어 일을 수행하게 합니다. 이때 권한을 함께 이양하지 않으면 시스템화가 되지 않습니다. 그냥 흉내만 내는 것이죠. 적절한 권한을 주지 않게 되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권한도 없는데 책임만 잔뜩 짊어진 꼴이 됩니다. 본인이 권한과 재량이 없으니 팀원들에게도 줄 수 없습니다. 그 결과 회사는 아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회사로 변해가게 됩니다. 자율성을 잃어버리는 것이죠.
책임만 있다 보니 가급적 본인(팀)의 일 이외에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괜히 맡았다가 문제가 되면 본인만 독 박쓰 게 될 것이 뻔하니까요. 책임을 회피하는데도 능해집니다. 어떤 문제에 대한 책임소재 이야기가 나오면 다른 팀에 책임을 떠넘기거나 변명하는데 급급합니다. 책임을 미루면 팀 간 업무협조도 어렵게 됩니다.
외부와의 협상에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협상에 나간 사람의 권한이 없으니 현장에서 결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 회사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을 데려오세요.’ 협상이나 영업하는 사람들은 많이 들어본 말일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의사결정이 늦어진다는 점입니다. 재량권이 없으니 모든 사안에 대해 사장에게 물어보고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가진 장점 중 하나가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인데 그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죠.
이러한 문제들이 임원이나 팀장에게 적절한 권한을 주지 않아서 발생되고 있는 문제라는 것을 사장은 잘 모릅니다. 사장이 일은 맡기고 책임은 묻는데 권한을 주지 않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사장의 권한을 뺏긴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권한과 권력을 혼동하는 것입니다. 본인의 권력을 나눠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에 대한 거부감으로 나타납니다. 권한은 그 사람에게 부여한 직책으로 생기는 권리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어떤 직책을 주었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정 부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장이 없어도 돌아가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장이 먼저 권력이 아닌 권한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둘째는 권한을 줬을 때 오용과 남용을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임원이나 팀장을 믿지 않아 발생합니다. 믿을 수가 없으니 월권을 하거나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죠. 권한을 위임하기 위해서는 상호 간 신뢰와 위임받은 사람의 책임감이 전제조건입니다. 임직원을 불신한다면 권한을 주기 어려워집니다.
셋째는 사장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회사 내에서 가장 일을 잘하니 누구에게 일과 권한을 주는 것이 불안한 것입니다. 일을 준 후에도 온갖 간섭을 해야 합니다. 회사 규모가 커지게 되면 사장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분야에 경험 많고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더라도 일일이 간섭하게 되면 자율성을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임직원과 신뢰를 형성하고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반드시 권한도 함께 위임해야 합니다. 적절한 권한 위임을 위해서 유념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업무분장과 위임전결이 회사의 시스템화에 꼭 필요한 사항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업무분장을 통해 직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고 수행해야 사장이 없어도 돌아가는 회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때 권한을 적절히 위임해야 필요한 기능들이 제 역할을 합니다. 이를 위해 사장은 자신의 권한 일부를 내려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 임원과 팀장을 믿어야 합니다. 사장이 요구하는 바를 충분 히 이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회사를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신뢰입니다. 상호 간 신뢰가 없다면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셋째, 책임과 권한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위임전결 규정’을 만들어 사내에 공표해야 합니다. 민감한 예산 부분은 회사 사정에 따라 적정한 금액을 설정하면 됩니다. 효율과 효과를 확인한 후 점차 확대해 나가면 되는 것이죠. 특히 예산 부분에 대해 많이 사장은 걱정을 많이 합니다. 한도치까지 사용할까 봐 우려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월 사용 내역을 회계팀에서 받아서 확인하면 됩니다. 걱정했던 것보다 오히려 비용 절감이 되거나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넷째, 권한을 위임한 후 사사건건 참견하면 안 됩니다.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준다는 것은 자율성을 발휘하게 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지나친 참견은 권한을 주지 않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다섯째, 인재 육성의 기회로 생각해야 합니다. 임원과 팀장은 주어진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그 능력도 길러집니다. 사장에게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해 봤으니 직원들에게도 위임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능력도 길러지고 직원들의 신뢰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는 다시 더 높은 단계로 나 아갑니다. 결국 선순환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여섯째, 적절한 지원과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책임과 권한을 주었으면 거기에 따른 예산을 포함한 적절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 이에 대한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모니터링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주어진 권한을 함부로 사용하거나 월권하는 경우가 있으면 단호한 대처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권한을 위임하더라도 최종 책임은 사장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권한을 위임했다는 것은 사장의 역할을 일부 위탁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모든 책임은 사장에게 있는 것입니다. 본인의 부담을 떠넘기고 책임 추궁을 위해서 권한을 위임한 것이 아닌 것입니다.
권한을 위임하더라도 사장이 주지 말아야 할 권한이 있습니다. 회사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비전, 목표, 전략 등입니다. 이 부분은 사장이 명확한 생각을 가지고 직원들과 공유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인사권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조직 규모가 커져서 본부 단위로 운용된다면 채용에 대한 인사권 일부를 줄 수는 있으나 특히 상벌에 대한 인사권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중소기업이라면 채용도 사장이 직접 관여해야 합니다. 이것은 사장 고유의 권한입니다.
사장이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은 사장의 의사결정 범위를 줄이기 위한 것입니다. 위임받은 사람은 책임감을 가지고 적절한 권한을 행사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것입니다. 권한 위임을 통해 신뢰를 형성하고 자율성이 확보되며 인재를 육성할 수 있습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