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스타트업 주식 하나, 열 대기업 주식 안 부럽다"는 말이 있다.
초기에 투자한 스타트업이 큰 밸류에이션으로 인수합병이 되거나 상장(IPO)이라도 된다면 투자금의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모든 스타트업들이 시작할 당시에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시작을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만은 않다. 확률상 평균적으로 스타트업 10곳에 투자하여 1~2곳에서 투자 수익을 거두고 나머지 8~9곳에서는 투자금의 일부 또는 전부 잃을 만큼 성공 가능성이 낮은 매우 위험한 분야이기도 하다.
실제로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많이 위축되고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자금난에 빠져 폐업을 고민하는 스타트업들이 주변에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 인력구조 조정과 비용 통제를 최대한 하더라도 당장의 매출이 크지 않고 특히 지속적으로 제품 및 서비스 개발비용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들 입장에서는 구성원들의 인건비만 겨우 부담하면서 버티고 있는 곳들도 많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결국엔 창업자들이 사업을 접고 새로운 창업이나 재취업을 희망하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투자를 받았던 투자자들과의 관계에서 불편한 상황들도 종종 보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스타트업이 실패하였을 때, 스타트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하여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각 투자계약서의 내용에 근거하여 세부 사항들은 달라질 수 있고, 투자자의 권리가 채권적인 권리인지 주식으로 전환된 상태로 보통주주인지 우선주주인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전반적인 큰 틀에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아래 내용은 비단 투자자들만 알아두면 좋을 내용이라기 보다는 역으로 스타트업들 입장에서도 역시 투자를 받은 이후 관련 내용들을 신경써서 잘 챙겨야 함은 물론 결국에는 그래야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투자자들과의 분쟁을 피할 수 있는 것이므로 잘 숙지하면 좋겠다.
투자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첫 번째 권리라면 회사가 현재 상태에 도달하게 된 과정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하여 이에 대한 열람을 신청하는 것이다.
투자자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현금 흐름, 현금소진율(burn rate) 및 은행 거래 기록 등을 보여주는 회사의 장부 및 재무 기록에 접근하는 것이다. 회사의 장부와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투자자의 권리는 회사가 설립된 주별로 회사법 또는 LLC 법령 등에 명시되어 있으므로 세부 사항은 각 주의 법령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회사의 설립정관, 사규(bylaws), 주식 대장(stock ledger) 및 주주 명부 등과 같은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서류들은 열람 요구를 하는 것이 보장되어 있고 회사도 이를 거절할 수 없다.
단,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한 회사의 재무 기록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투자 당시부터 이에 대한 권리 보장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 하여 주주들이 회사의 장부 및 재무 기록을 열람할 권리를 포기하는 내용의 주주간 계약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회사가 장부 열람을 거부하는 경우 투자자는 잠재적인 분쟁에 준비해야 하는데, 법원을 통한 소송을 제기하고 모든 장부 및 재무 기록에 대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법원을 통한 공식적인 소송의 장점은 민사소송에서의 디스커버리(증거개시)의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얻고자 하는 정보 수집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투자자와 회사간에 소송이 벌어진다면 투자자들은 회사에 대하여 모든 내부 장부 및 재무 기록 일체, 은행 및 회계법인과의 기록 일체, 회사 재무 담당자에 대한 데포지션 증언 등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록들을 전부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회사 입장에서는 디스커버리 절차까지 가지 전에 서둘러 합의를 하거나 적당한 선에서 요구하는 기록의 일부를 제공해 올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로서 추가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사항은 회사 또는 창업자가 투자 유치시 투자자에 대한 기망행위는 없었는지 여부이다. 투자 실패를 한 투자자들 입장에서 창업자를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 실무적으로는 사기 사건은 입증하는 것이 쉽지는 않고 투자 유치 과정에서 창업자가 했던 말들 중 일부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하여 이를 바로 사기였다고 간주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창업자가 자신의 사업에 대하여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장및빛 미래를 설명하여 기망하였다고 주장을 하는 투자자들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단순한 개인의 의견이나 예측이었다고 결론이 날 수 있으며 허용되는 수준의 부풀리기(puffing)일 뿐 사기행위에는 이르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회사가 장및빛 미래만 보여주며 낙관적인 예측으로 투자자를 유치한 다음 실제로는 성공을 하지 못했다고 하여 바로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기망의 의도를 가지고 허위의 진술이 있었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입증하는 부분이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실제 사업 진행 중에 소비자들의 수요의 변화나 경기 침체,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 시장의 포화 등 다양한 외부 요소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회사와 창업자간 사이에 회사에게는 불리하고 창업자 개인에게는 지나치게 유리한 거래 또는 회사와 제3자간에 회사에 지나치게 불리한 사해행위는 없었는지 여부도 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가 합리적인 수준의 가치보다 지나치게 낮은 대가로 자산이나 주식 등을 양도하는 상황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회사의 중요한 지식 재산(IP)이나 자산 등을 양도하면서 모르는 제3자간의 거래라면 통상적으로 받았을 법한 대가보다 훨씬 낮게 양도하는 경우 등을 말한다. 많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회사가 폐업하기 직전에 중요 자산을 창업자 개인 또는 창업자의 가족이나 지인 등에게 아주 저가로 양도하여 소유권을 이전시켜 버리는 경우 등이 있다.
법률상 이러한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해당 재산을 회사로 다시 복귀시켜 청산 절차에서 모든 채권자들이 공평하게 권리 주장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창업자들 입장에서도 아무리 회사가 어려워지고 더 이상 사업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하여 회사의 모든 자산들을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돌려놓은 뒤 회사를 청산하려는 시도를 하여서는 안 된다.
이미 투자한 회사가 망해서 없어진 경우라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를 하더라도 별다른 실익이 없을 수 있다. 이미 내가 투자한 돈은 회사가 전부 소진해 버린 후 회사 자체가 없어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투자자가 주로 검토하는 사항 중 하나는 투자했던 회사의 임원이나 이사가 투자자에 대한 신의성실의무(또는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는지 여부이다.
신의성실의무(또는 선관주의의무)란 투자자의 이익을 위하여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투자자의 신뢰와 기대를 배반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말하는데, 회사의 임원과 이사들은 선의로써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임원과 이사의 선의는 추정이 되나, 만약 임원과 이사 등의 내부자가 회사와의 자기 거래의 증거가 있다거나 회사의 이익이 아닌 임원이나 이사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였음을 입증할 증거들이 발견된다면 투자자들은 이를 문제 삼아 임원과 이사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성기원 변호사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