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스, 매트리스 특허 무상 공개? – ESG 경영과 마케팅
시몬스 침대 대표가 공익을 위해 난연 매트리스 특허를 공개한다고 밝혀 화제이다. 시몬스는 2018년부터 전 제품을 난연 매트리스로 생산하였으며, 신제품은 특허로 보호받고 있었다. 난연 매트리스는 최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다. 첨단 소재가 적용된 난연 시트는 불이 덜 옮겨 붙게 하는 역할을 한다. 유튜브에서도 난연 매트리스의 시험 영상이 조회수 2000만 회를 넘으면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침실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난연 매트리스가 있다면 주변에 불이 옮겨 붙는 시간을 늦출 수 있다. 화재 초기 3분에서 5분의 골든 타임을 확보하고 화재 생존률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소비자를 더욱 안전하게 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로 기술을 보호하며, 시장에서 성취를 얻는 일.
침대 회사가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고, 고객이 느끼는 효용가치가 수익으로 전이되어
기업가치를 높이는 자연스러운 선순환 구조이다.
시몬스는 2016년부터 연구 개발하여 획득한 특허를 공개한 이유는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에서 비롯했다고 밝혔다. 수년 전부터 이어져 오던 ESG 경영 기조를 강화하는 것도 특허 무상 공개의 배경 중 하나 이다.
특허는 보통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보호 받는 사익의 도구로 활용된다. 특허권이 있다면 기업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를 잘 활용하는 기업은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정당성을 부여 받는다.
특허를 무상으로 공개한다는 것은 이렇게 경쟁사를 견제할 무기가 생겼는데, 스스로 성문을 열고 무장 해제하겠다는 것과 같다. 우리 집 앞마당을 모두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원으로 개방하는 것과 같은 어려운 결정이다. 이번 ‘특허 무상 공개’ 결정은 특허 제도가 가진 속성과 상반되기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는 것이다.
자사의 기술 보호를 위해 세워 둔 특허라는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누구든지 비슷한 난연 매트리스를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는 통행로를 열어준 것과 같은 의미가 있다. 이번 시몬스의 특허 무상 공개는 공익적인 이유도 있지만, 소비자 사이에게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마케팅 목적으로 소수의 특허를 공개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에 공개된 특허는 시몬스 대표가 보유한 난연 매트릭스 특허 2개가 그 대상이다. 난연 매트리스 시장을 독점할 정도의 규모로 보기에는 다소 적은 수의 특허를 공개한 측면이 있기도 하다.
이번 시몬스의 난연 매트리스 특허 무상 공개로 화제가 되었지만, 지난 몇 년간 지식재산 업계에서 이러한 트렌드는 지속되고 있었다. 대기업이 가진 특허를 중소기업에게 무상으로 양도하고, 공공기관에서 연구개발한 기술을 무상으로 이전하는 상생의 행보이다.
‘특허 무상 공개’, ‘무료 기술이전’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만든 대표적인 사례는 테슬라가 2014년 전기차 특허를 무료로 공개한 일이다. 2014년 테슬라는 자사가 보유한 200건의 특허를 모두 무료로 공개한다는 발표를 통해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다.
그리고 시장 선두주자로 박차고 나가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2014년 1월 10일 9.71 달러였던 주가는 10년이 지난 지금 약 230 달러로 약 24배나 성장했고, 전기차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제는 테슬라 모델 S에서부터 모델 Y까지 도로 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당시 일론 머스크는 “다른 자동차 회사가 우리 기술을 베껴도 상관없다”, “우리의 경쟁자는 전기차 업체가 아니라, 가솔린차 업체이다”라고 하며 테슬라가 보유한 200건의 특허를 개방한다고 선언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오픈 소스(Open Source)를 통해 자신들의 지식재산을 공유하는 문화가 있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보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공개된 코드를 수정하여 더욱 좋은 코드를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분야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특허를 통해 전기차 기술을 독점하는 것보다 초기였던 통해 전기차 시장을 키우는 것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테슬라의 특허 공개 결정이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물론, 선의로 테슬라 특허를 사용할 것을 단서로 달며 특허 양도 조건을 달았다. 연구개발의 성과를 특허를 통해 보호하는 기존의 통념을 깨는 일론 머스크의 행보는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국내외에서도 다양한 사례를 만나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와 혁신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기술 나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중소기업에게 무상으로 특허권을 이전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다른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보유한 특허와 기술을 이전하고, 이전받은 기술로 사업화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ESG 이슈를 경제계로 불러온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나비효과가 이제는 기업 전반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최근 자체적으로 ESG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이 급증한 이유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ESG 이슈를 기업 공시에도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한국에서도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논의가 지속 중이다.
ESG 공시가 의무화되게 되면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를 종합하여 기업을 평가하게 된다. 기업의 수익 능력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탄소배출권이나 공급망 이슈 등과 같이 ESG 요소들이 미래 기업의 금융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대전제이다.
특허 무상 양도나 기술이전의 움직임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S)을 강화하고 홍보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기업의 ESG 보고서와 함께 지식재산 보고서를 별도로 발행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도 이러한 지식재산을 활용한 기업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추세이다. 기업이 외부 평가를 의식하는 것과 별개로, ESG 경영 성과를 관리하게 되면서 사회의 변화를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기업이 특허를 무상으로 공개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특허를 다른 기업에게 공개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시장에서 전체 시장의 크기를 넓히기 위한 목적을 가지거나, ESG 경영 성과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설계한 기술을 다른 기업이 사용하도록 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을 유도하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경우도 있다. 시장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해 몇 수 앞을 바라본 결정이다.
핵심기술에 대한 특허는 창고에 잘 숨겨두고, 알맹이 없는 특허를 사용하도록 하면서 마케팅 전략으로 특허를 활용하는 기업도 존재하기도 한다.
특허 무상 공개의 이유, 그 진실은 저 너머에 있지만 지식재산권을 활용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방법으로 주목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글. 손인호 변리사. Copyright reserved 2024.
손인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