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구독 서비스인 ‘배민클럽’이 유료화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구독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무료배달 경쟁이 시작되면서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었는데요. 수익 모델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무료배달의 비용 지출을 계속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죠. 여기에 많은 언론이 추측했던 것처럼,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의 압박까지 이어졌다면 유료화를 더욱 늦출 수 없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은 배민클럽의 유료화가 배달앱 3강 구도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배민이 배민클럽의 유료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배민클럽 유료화에 대한 주요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 적용일 : 2024년 8월 20일
– 구독료 : 3,990원 (사전 가입 시 1,990원)
– 주요혜택 : 알뜰배달 배달비 무료, 한집배달 배달팁 1천 원 할인, 추가 거리에 따른 배달비 무료
– 향후계획 : B마트, 배민스토어 등 커머스 혜택과 타사와 혜택 제휴 예정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구독료가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요. 배민클럽의 구독료는 쿠팡와우 멤버십(7,890원) 구독료의 절반, 요기패스(2,900원)보다는 1.5배 수준으로 책정됐습니다. 제공 혜택은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이며, 확정되지 않은 추가 혜택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설정되는지가 중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배민은 멤버십 유료화에 이어 음식점 수수료 정책에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배민1플러스’ 중개 수수료를 기존 음식값의 6.8%에서 3%가 오른 9.8%로 올렸는데요. 음식점에서 부담하는 배달비를 건당 100~900원 낮추면서 점주들의 부담을 완화했다고는 하지만, 음식점 입장에서는 배달비 인하보다 수수료 부담이 훨씬 더 크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기존 배달앱 산업은 대표적인 ‘멀티호밍(사용자들이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하는 현상)’ 시장이었습니다. 즉, 쿠폰이나 마케팅에 따라 그날그날 선택하는 플랫폼이 달랐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배달팁의 등장과 구독 멤버십의 등장으로 이제는 ‘모노호밍(사용자가 하나의 플랫폼만 사용하는 현상)’ 시장으로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정말 배달에 진심인 사람이지 않는 이상 굳이 여러 구독 서비스를 가입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배달앱 사용의 빈도가 높지 않은 사용자들은 구독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문제는 배달앱을 사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월 1회 이상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1회 이상 배달앱을 사용한다고 답한 비율이 64% 이를 정도로, 대부분 사용 빈도가 높습니다. 이에 따라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한 군데만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초기에는 사용자들이 각자의 상황과 환경에 맞는 플랫폼을 선택하는 시간을 가지며 점유율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에는 점유율이 다시금 고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배민까지 구독 서비스를 유료화하면서 사용자들 사이에 ‘배달=유료 구독’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웃고 있는 곳은 쿠팡이츠입니다. 최근 쿠팡은 와우 멤버십 요금을 인상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이번 배민의 유료 구독 도입으로 인상의 정당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게 됐습니다.
특히 배달 앱의 절대 강자인 배민이 구독료를 4,000원으로 설정함에 따라 이 금액은 배달 앱 사용료에 대한 기준이 되었는데요. 이에 따라 와우 멤버십 사용자들은 구독료 8,000원 중 절반 정도는 쿠팡이츠의 가격이라는 계산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그동안 와우 멤버십을 활용하면서도 익숙함에 배민을 사용하던 사용자들이 쿠팡이츠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반면 요기요는 셈법이 복잡해졌습니다. 배민이 구독제를 운영하지 않을 때, ‘요기패스’ 구독제는 더 높은 비용을 내더라도 차별화 요소로 작용했는데요. 이제 배민이 구독제를 시작함으로써 그 차별화 요소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특히, 현재 발표된 기준에 따르면 두 서비스의 요금 차이는 단 1천 원으로, 혜택의 여부에 따라 사용자가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배민 입장에서는 요기요와 비슷한 수준으로만 혜택을 설정하더라도 기존의 높았던 점유율을 활용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배민과 쿠팡이츠의 양강 구도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배민의 구독 유료화를 통해 쿠팡이츠에 사용자를 빼앗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 수익에 있어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배민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약 2,200만 명인데, 이들이 모두 구독을 한다고 가정하면 월 878억 원, 연 1조 원이 넘는 수익이 발생합니다. 당연히 모두가 구독을 하지는 않겠지만, 이 중 절반만 구독해도 약 5,267억 원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7천 억 원의 약 65%에 달하는 금액이 생깁니다.
특히 구독제는 사용자에게 구속력을 부여하고, 혜택을 최대로 활용하고자 하는 심리 덕분에 구독자들의 평균 사용빈도가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즉, 당장의 점유율은 잃더라도 수익은 증가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경쟁사 모두가 유료 구독제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만약 배민이 계속해서 무료 정책을 고수했더라면? 이미 흑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 경쟁을 통해 더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점유율이 가장 중요한 플랫폼 산업에서 왜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일까?라는 의문입니다.
위와 같은 의문들은 충분히 일리 있는 이야기지만, 배민은 여기에 한 수를 더 내다본 것으로 보입니다. 압도적인 점유율도 물론 중요하지만, 배민은 오히려 압도적인 점유율 때문에 고충을 겪었던 기업입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을 인수할 당시 독과점 우려로 인해 요기요를 매각해야 했던 사례가 그렇습니다.
특히 국내외적으로 플랫폼 규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민 입장에서는 굳이 독점의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는데요. 배민은 일정 수준의 점유율을 포기하면서도 적절한 실리까지 취할 수 있는 선제적인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침 경쟁사들이 유료 구독제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민은 이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습니다.
아직 배민클럽의 혜택은 모두 공개되지 않았지만, 요기패스보다는 크고 쿠팡와우보다는 작은 혜택으로 등장할 것입니다. 현 상황에서 쿠팡 와우의 혜택을 따라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쿠팡와우 멤버십 회원은 아니지만 배달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모두 흡수한다는 전략입니다. 그 정도만 되더라도 충분히 수익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배달앱뿐만 아니라 분야를 가리지 않고 구독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서비스가 많아짐에 따라 사용자들의 피로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져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구독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기도 한데요. 특히 배달산업은 OTT나 음악 스트리밍처럼 구독의 역사가 길지 않고 최근까지도 무료로 이용 가능했던 산업이기 때문에 구독 줄이기의 우선순위에 꼽힐 우려가 있습니다. 이는 곧 구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산업의 역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배달 시장은 배달앱의 등장, 배달팁의 도입, 그리고 이제 구독 멤버십의 출현으로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쿠팡와우 멤버십 구독료와 배민클럽의 구독료 인상이 모두 8월로 예정되어 있는데요. 2024년 8월은 배달 산업이 격변하는 시기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해당 글은 Tech잇슈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