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

어쩌면 마지막 액션 히어로를 보내며

by 아쉬타카
mi82-1920x843-1.jpg © paramount pictures


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 (Mission: Impossible – The Final Reckoning, 2025)

어쩌면 마지막 액션 히어로를 보내며


톰 크루즈가 마지막으로 에단 헌트를 연기한 '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을 보았다. 브라이언 드 팔마가 연출한 1편이 1992년에 개봉했으니까, 총 8편의 시리즈가 나오는 동안 3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예전에 비슷하게 장수하고 있는(아무도 이렇게 장수할 줄 몰랐던) 시리즈 중 하나인 '분노의 질주'를 이야기하면서 이 정도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시리즈는 어느 지점부터는 뭘 해도 되는(분노의 질주의 경우 다음 속편에는 우주로 가도 되는) 경지에 오른다고 반농담을 한 적이 있다. 바꿔 말해 오랜 세월 버텨 오며 캐릭터를 구축해 온 것만으로도 성립 가능하고 허점을 메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 절반의 진실이다. 시리즈의 8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인 '파이널 레코닝'은 바로 그런 힘(진심)으로 아쉬운 부분들을 채워내며 끝까지 달려가는 최종장이다.


다운로드 (3).jpeg © paramount pictures


사실 '미션 임파서블'은 본래 지금과 같은 성격의 작품은 아니었다. 원작 TV드라마 '제5전선'의 영향에 있는 작품은 1편인 브라이언 드 팔마의 작품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우삼이 감독을 맡은 2편, J.J에이브람스가 감독을 맡은 3편까지는 어느 정도 여름용 블록버스터 영화의 일반적인 성격을 띠는 편이었다. 하지만 브래드 버드가 감독을 맡은 4편 '고스트 프로토콜'을 지나 이후 4편을 함께 하게 되는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감독과 각본을 맡게 되면서(그리고 톰 크루즈가 제작자로서 더 큰 영향을 주게 되면서) 이 프랜차이즈의 성격은 조금 다른 방향성을, 아니 다른 면을 더 강조했다. 바로 스턴트가 중심이 되는 액션 시퀀스. 그것도 주연인 톰 크루즈가 대역을 쓰지 않고 위험한 장면을 직접 소화하는 그 자체가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됐다. 그러면서 이 시리즈는 자연스럽게 서사가 중심이 되기보다는, '이번 편엔 또 톰 크루즈가 얼마나 위험한 스턴트를 직접 했을까?'가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


69708dc19ebbe361dabbdbc96d34325b8fb6aca0.jpg © paramount pictures


그런 면에서 상업적 성공이나 화제성과 별개로 원작 시리즈의 팬들은 물론 적지 않은 관객들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작 역시 서사의 디테일 측면에서 아쉬움을 말하는 관객들이 많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톰 크루즈는 이 같은 평가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듯했다. 왜 더 이상 '매그놀리아'같이 작품성 있고 다양한 색깔의 영화에 출연하지 않고 에단 헌트만 연기하는가에 대한 오랜 팬들의 불평에도 크게 게이치 않는 듯했다. 나 역시 톰 크루즈의 오랜 팬으로서 예전보다 훨씬 단순해진 그의 필모그래피가 못내 아쉬웠는데, 톰 크루즈는 확실히 크리스토퍼 맥쿼리와 함께한 즈음부터 뭔가 단단히 맘을 먹은 것만 같았다. '파이널 레코닝'을 보며 그런 톰 크루즈의 진심 혹은 결심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배우로서, 또 할리우드 최고 스타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결심하고 실행해 온 결과(진심)가 이 작품을 통해 120% 느껴졌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영화에서 많은 상상력은 기술력이 부족해 실현되지 못했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꼭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영화가 아니더라도, 작가의 상상력을 100% 구현해 내기엔 컴퓨터 그래픽 기술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시일 내에 상상하는 모든 것을 실제처럼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은 발전했다. 예산만 충분하다면 영화로 표현하지 못할 장면은 더 이상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더 나아가 비용적인 측면으로 봐도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인 세상이 됐다. 그러니까 완성도 측면은 물론이고 효율적으로 봐도 아날로그 한 방식의 촬영이나 스턴트 등 실제 하는 것의 가치는 시장에서 점점 더 소멸해 가고 있다. 그것이 더 나은 방향이든 아니든 간에.


tom-cruise-hanging-on-plane-mission-impossible-the-final-reckoning-wf.jpg © paramount pictures


그래서 어쩌면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통해 영화계가 점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관객조차 흥미를 잃어가는 스턴트 중심 액션 시퀀스의 명맥을 잇는 것에 자신의 사명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톰 크루즈가 또 어떤 위험한 스턴트 장면을 보여줄까?'라는 것을 단순한 셀링 포인트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스턴트들은 어느 순간부터 '왜 그렇게까지 할까?'라는 의구심이 생겼다. 가짜를 진짜처럼 만들어 내는 영화라는 예술에서 반드시 진짜여야만 할 필요가, 적어도 큰 부상 위험과 목숨을 걸면서 일 필요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톰 크루즈는 바로 그 지점에 '목숨 걸고' 매달렸고 결국 그 진심은 이번 그의 마지막 미션 임파서블을 통해 완성됐다.


모든 장면에서 그런 의도와 진심이 느껴지다 보니 영화 속 에단 헌트의 모든 대사나 행동이 곧 톰 크루즈라는 배우와 직결되어 한 편으론 에단 헌트 만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헌트가 위험에 처한 상황을 필사적으로 빠져나오려 몸부림칠 때, 영화적 긴장감과 별개로 마음이 동요했던 건 그 몸부림이 마치 마지막 액션 히어로로서 자신을 한계로 내던지는 톰 크루즈의 간절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영화 외적인 요소가 영화에 개입하게 되는 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은 단순히 이 한 작품이 아니라 이미 시리즈의 여러 작품을 통해 쌓아 왔던 극 중 서사 못지않은 스크린 밖 톰 크루즈의 서사가 더 직접적으로 말하듯이 표현된 작품이라, 어쩔 수 없기도 했고 오히려 더 의미 있는 피날레가 됐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상업영화에 가장 대표 격인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았음에도 보는 내내 가장 자주 떠올렸던 단어는 '시네마(Cinema)'였다. '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은 내게 의심의 여지없는 시네마였고, 그건 톰 크루즈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ghto0kndu4ze1.jpeg © paramount pictures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소년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