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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은지 Apr 26. 2024

Lab to Field: 현실에 임팩트를 주는 디자인

BK21사업 참여대학원생 해외방문수기 공모전 최우수상작

지난 2024년 3월 12일 KAIST 연구처에서 실시한 4단계 BK21사업 참여대학원생 해외방문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BK21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영국 Brunel university로 열흘간의 방문연구를 다녀왔었고, 그때의 경험이 제 연구역량이 성장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또한 수기를 작성하며 지난 1~2년간의 연구활동을 되돌아보며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 되었던 터라 브런치를 통해 수상작을 공유합니다. :)




2022년 겨울, 나는 영국 브루넬 대학교에 열흘간의 방문연구를 통해 세미나와 워크샵을 개최하고, 해당 지역의 사례연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경험은 통해 나는 나의 연구를 국제적 수준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얻었고, 2023년 올해 국내에서 많은 기회들을 만들며 신진 연구자이자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Brunel Design School London에서 연구진과 함께


임팩트 디자인현실에 임팩트를 주는 디자인

임팩트 디자인 교육연구단은 ‘현실에 임팩트를 주는 디자인’을 목표로 한다. 나의 박사연구는 ‘지역상점을 위한 커뮤니티 기반 고객 경험 디자인 전략’이라는 주제로,  소위 로컬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독창적인 지역 소상공인이 창출해 내는 경험 및 서비스 디자인을 연구하며, 궁극적으로는 지역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지역이라는 키워드 때문일까, 평소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가 얼마나 일반화될 수 있는가?’, ‘국제적 수준의 카이스트에서 이런 연구를 하는가?’ 등의 질문을 많이 받는 편이다. 

사회혁신 디자인의 전문가 에치오 만치니는 그의 저서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에서 말하길, “‘지역’이라는 차원은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와 전 세계 사이의 인터페이스이며,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지점이자 행동하는 지점, “디자이너는 사회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로 바라보고 열린 디자인 실험을 해야 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동시에 그는, 사회에 임팩트를 주기 위한 디자인 전문가의 행동 수칙 세 가지를 조언했다. 첫째, 사회적 실험 촉진. 둘째, 훌륭한 사례들을 재생산하기. 셋째, 재생산된 아이디어를 연결하기. 즉, 현실에 임팩트를 주는 디자인은 학문적으로 이를 체계화하여 연구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문적으로 정립된 지식을 다시 현실 (현장)에 확산하기 위한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로컬크리에이터 사례들을 연구한 결과를 영국 디자인 연구기관과 교류하고, 이로부터 서로가 배울 지점을 파악하고자 했다. 


영국을 택한 이유 

영국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나라와 영국이 지역 양극화 및 낙후화라는 공통적인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 서로 다른 접근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이루어진 산업화로 인해 골목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지는 않지만, 최근 몇 년간 청년들의 지방살이가 늘어나고 골목상권이 부흥하며 다양한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하는 등, 상향식으로 로컬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다. 한편, 영국은 정부 주도로 지역의 고유한 지역 문화를 하향식으로 오랜 시간 잘 보존되어 오고 있지만 개별 소상공인들이 이를 비즈니스 경쟁전략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못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영국의 로컬 생태계를 함께 살펴본다면 분명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국에서 각국의 로컬 생태계를 만나다

Brunel University London의 디자인 석사과정 약 30명을 대상으로 초청 강연을 진행했다.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 현상과, 이를 바탕으로 사례연구를 한 발견점에 대해 공유했다. 영국, 체코, 핀란드, 인도,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학생들은 한국의 로컬크리에이터 연구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들었고, 또 자신의 모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유사한 현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었다. 우리는 디자인 연구자로서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논의했다. 

이틀 뒤 Brunel University London에서 로컬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지역상점의 경험과 서비스가 어떻게 디자인되어야 하는지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를 평가하는 사변적 디자인 워크샵 (Speculative Design Workshop)을 개최했고, 23명이 참여했다.

워크샵은 예상시간보다 훌쩍 넘어 세 시간 이상 지속되었다. 그럼에도 워크샵 참가자들은 활동에 몰입하여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나갔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내 연구 분야에 관심 있는 Brunel University 연구자들로부터 지속적인 연락이 왔고, 그중 한 석사과정은 한국 로컬크리에이터에 관한 연구를 학위주제로 정하여 나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개인적이 이 분야 연구를 해오며 특히 국제저널/학회에 국내 로컬크리에이터 사례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연구를 하면서도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렇게 디자인 분야에서 로컬크리에이터 연구를 시작하는 후배 연구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반갑고 신기하고 뿌듯했다. 


연구의 확산과 연결

가끔 ‘현장형 연구자’라는 표현을 들으면 잠깐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나에게 연구란, 현장의 실천적 지식을 학문적 지식으로 체계화하고, 그렇게 정립된 학문적 지식이 다시 현장에 보급될 수 있도록 실증하고 가이드라인으로 개발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장과 연구란 독립적일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아 이 표현이 모순되게 느껴졌던 것일까. 

아무래도 박사연구의 초반에는 문헌연구를 중심으로 하다 보니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읽고 쓰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그랬던 나에게 영국 방문연구는 내가 박사과정으로서 가장 주도적이고 진취적으로 연구했던 경험이었다. 한국 로컬 생태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체계화하고 이를 타국의 연구자들에게 전달하고자, 출장 전 오랜 시간을 들여 연구를 다듬고, 거듭된 사전 미팅을 통해 영국 학생들에게 맞춤화된 세미나 자료와 워크샵을 개발했다. 그랬기에 더더욱, 세미나와 워크샵을 참가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보람차고 뿌듯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에치오 만치니가 말한 ‘혁신적 사례의 확산과 연결’, ‘새로운 아이디어의 재생산’ 활동을 행했다고 생각한다. 방문연구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현재 디자인 분야의 세계 탑 저널에 투고하기 위해 집필 중이다. 

영국 방문연구는 나의 리더십과 연구역량을 키우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이듬해인 2023년에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에 임팩트를 미칠 수 있는 수많은 활동들이 파생되었다.

먼저, ▲창조경제혁신센터 주관 ‘로컬크리에이터 대전 마스터플래너’ 위촉, ▲‘국제임팩트컨퍼런스 로컬다이브울산’에서 키노트 모더레이터 담당, ▲‘스타트업 코리아 투자 위크’에서 로컬크리에이터 컨설팅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등과 같이 나의 연구성과를 상용화하여 실무자들에게 실제로 조언을 주는 경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로는, ▲유성구청 주관 ‘어은/궁동 혁신 생태계 구축 포럼’ 발제, ▲‘로컬임팩트 생태계 활성화 전략 오픈테이블’ 패널 참여, ▲‘d.Camp 지역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토론’ 패널 참여와 같이 지역 생태계를 논하는 자리에서 의제를 올리는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세 번째로는, ▲충주 충원고등학교 ‘로컬브랜딩 스쿨’ 강사, ▲소상공인진흥공단 주관 ‘상권전문관리자 양성교육’ 강사, ▲KOICA 연수 프로그램 르완다 농민 대상 커뮤니티 디자인 강연 등과 같이 나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2023년 올해 나에게 이렇게 많은 기회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 BK21 플러스 임팩트 디자인 교육연구단의 지원으로 다녀온 방문연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활동들은 또다시 국제 수준의 연구를 해 나아감에 있어서 더욱 풍성한 실증 데이터로 활용될 것이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현장과 학계를 순환하며 단단한 지식이 만들어질 것이다. 얼마 전 책에서 만난 문장을 소개하며 수기를 마치고자 한다.     

 

논문은 논문을 위한 논문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논문을 쓰는 사람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서 써야 (use) 한다. 논문은 사적 대화를 모은 글이 아니라 공적인 글이기 때문이다. 논문의 저자는 자신이 속한 '학문 공동체'와 '사회 공동체'를 향해 글을 쓴다. 논문은 학문 공동체와 사회 공동체를 위해서 써야 한다.     


귀중한 기회를 주신 BK21 플러스 임팩트 디자인 교육연구단,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Brunel University London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늘 감사한 교수님과 Designize lab 식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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