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을 느끼는 그때가, 나의 무대다
조용한 새벽,
커피 향이 채 식지 않은 책상 위에 오늘의
무대를 펼친다.
무대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이번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앞으로 너희들이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주저하지 말고 해보았으면 싶은 마음을 담아보려고 해.
잘할 수 있을까??, 남들이 뭐라 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은 늘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무언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면,
그건 이미 너희들의 무대가 시작되었다는 신호야.
아빠는 어릴 땐 무대에 서는 게 참 멋있어 보였어.
브레이크 댄스가 유행하던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춤을 배우고 싶었고,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해보고 싶었으며,
Kenny G라는 색소폰 연주자의 음악에 빠져 악기를 새로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었어.
너희들이 지금 보기에도 잘 상상이 안되지? ^^;;;
대학시절에는 응원단이나 사진동아리를 하면서
사진전에 참여해보고도 싶었지만
결국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 앞에서
조용히 마음을 접곤 했다. 사진 정도만 혼자 조용히 오래된 취미로써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 같아.
지금 돌아보면, 그건 여유가 없다는 핑계였던 것 같다.
그때 한 번이라도 도전해 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작은 아쉬움이 여전히 마음에 남아.
그래서 아빠는 너희가 다르게 살았으면 좋겠어.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크고 작음을 따지지 말고
해봤으면 좋겠어.
누가 뭐라 해도 괜찮아.
무대의 모양은 모두 다르니까.
아빠에게 무대는 이제 다른 의미야.
사람들 앞에서 조명을 받는 자리가 아니라,
내가 몰입하고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 그 자체야.
업무적으로는 해외 전시회,
특히 매년 1월에 열리는 CES 같은 무대에서 고객들 앞에 서서 발표를 할 때 그런 감정이 찾아오곤 해.
처음엔 긴장으로 시작하지만, 설명이 이어지고 상대의 눈빛이 반응하는 순간 그 긴장이 어느새 에너지로 바뀌는 것을 깨닫게 되지.
그때의 집중과 흐름 속에서
“지금 이 자리가 내 무대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
박수는 없어도, 그 자리에서 교감이 생길 때
아빠는 진심으로 살아있음을 느끼지.
그런 경험이 아빠를 다시 배우게 만들고,
다음 무대를 준비하게 만든단다.
그래서 새로운 주제에 도전하고,
더 깊이 공부하며, 조금씩 무대의 폭을 넓혀가게 만들어주지.
글을 쓸 때도 비슷한 감정이 찾아와.
조용한 밤, 한 문장을 다듬고 있을 때,
누군가에게 작게라도 울림을 줄 수 있다면
그건 무대 위의 박수와 다를 바 없는 만족감이 되기도 해. 이 브런치 글들도 그런 의미에서
아빠가 서 있는 또 하나의 무대일지 몰라.
비록 조용하지만,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자리니까.
그리고 요즘 또 다른 무대는 발이 닿는 모든 곳이야.
해외 출장이 많은 아빠는 요즘 늘 운동화를 챙겨 다녀.
중국 상하이의 강변길,
체코 프라하의 새벽 시가지,
뉴욕 맨해튼을 바라보며 달린 허드슨 강변,
달리다 마주친 유명한 라스베이거스 웰컴 싸인
프랑크 프루트, 뮌헨과 시애틀 등 가는 곳마다 이른 아침 공기 속에서도 뛰었어.
대부분 10킬로미터 남짓한 거리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세상에 나와 길만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도시의 불빛이 깨어나는 새벽,
심장이 박동을 이어갈 때마다
‘이게 바로 내 무대다’ 하는 생각이 스치곤 해.
누가 보지 않아도,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있으니까.
무대는 꼭 사람들 앞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니야.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무대가 있는 것이고
책상 위, 운동화 끈을 묶는 순간,
혹은 마음이 깊이 몰입하는 짧은 찰나 속에서도
그 무대는 열리지.
아들들아,
너희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가든
그 안에서 너희들만의 무대를 찾길 바래.
크든 작든, 조명이 있든 없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너희들이 그 순간에 진심으로 몰입하고,
스스로 살아있다고 느끼는 거야.
아빠도 여전히 무대를 꿈꾸며 살아.
일과 글, 그리고 러닝.
이 세 가지가 지금은 내 삶의 무대이고,
그 위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여전히 다른 무대를 찾아보고 만들어내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지.
기억해라.
하고 싶은 일에 주저하지 마라.
사람들 앞이 아니어도 괜찮다.
다만,
몰입할 수 있는 너희만의 무대를 만들어라.
막상 너희들이 하고 싶은 일이 생긴 시기가 되면 아빠가 이렇게 객관적으로 얘기하지 못할 수도 있어.
그럴 때는 이 글을 나에게 내밀 수 있는 도구로 잘 활용하길 바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