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처럼 보이던 순간의 시작
살다 보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순간이 꼭 찾아온단다. 시험에서 점수가 기대에 못 미치기도 하고,
운동 경기에서 열심히 뛰었는데도 결국 지는 날이 있을 수도 있지. 친구들과 잘 지내려 했지만 오해가 생겨 어색해지는 순간도 있을 거야.
그럴 때 우리는 흔히 그것을 ‘실패’라고 부른단다.
아빠도 그랬다.
초중고 학창 시절을 지내면서 원했던 대로 일이
잘 안 풀렸을 때, 노력한 만큼 결과가 안 나올 때 자꾸만
실패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
나는 누가 이러한 감정에 대해 살펴주고
이야기해 준 어른이 없었는데,
너희들에겐 명확하게 얘기를 해주면 좋겠다 싶어.
원하던 대학에 떨어졌을 때는 처음으로 엄청난 실패를 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
주변 친구들이 합격 소식을 전할 때,
나만 뒤처진 것 같았거든.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대학 합격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이후였어.
20살부터 내가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떤 노력을 이어갔는지가 결국 내 길을 만들었단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방향을 새롭게 잡으라는
신호였던 거야.
그 좋아하던 농구에서도 수없이 졌어.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해 대학 시절 농구 동아리까지,
이기고 싶은 시합은 늘 많았지만 승리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때 배운 건 단순했다.
지는 법을 배우고, 훌훌 털어내는 법을 익히는 것.
코트 위에서 배운 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마음이었지.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야.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은 순간은 많았어.
프로젝트가 무산되거나,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 하지만 돌이켜보니
의미 없는 실패는 단 한 번도 없었어.
그 모든 경험이 모여 지금의 아빠를 만들었고,
작게든 크게든 내 안에 흔적을 남겨 성장을
이끌어 주었다고 생각해.
첫째 아들,
너는 실패 앞에서 비교적 담대한 편이지.
“다음에 또 하면 되지” 하며 금세 털어내는
모습을 보면 참 든든해.
다만 올해 반장 선거 때처럼, 준비 없이 그냥 나서면 되는 거라 쉽게 생각한다면
그건 조금 아쉬운 부분일 수도 있어.
실패를 가볍게 받아들이는 건 강점이지만,
그 속에서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래.
둘째 아들,
너는 반대야.
조금만 원하는 수준에 못 미쳐도 얼굴에
분한 기색이 가득하지.
최근에 시작한 체스에서 열심히 하더니 형도 이길 정도가 되었잖아. 아직 아빠는 네게 지지 않지만, 매번 분해하는 네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솔직히 언젠가는 내가 지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도 들어.
그 악착같음은 너를 멀리 데려다 줄 큰 힘이지만,
가끔은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어느 한쪽만 옳은 건 없어.
실패를 담대하게 훌훌 털어내는 것도,
실패 앞에서 이를 악물고 분해하는 것도 모두 소중한 태도야. 단지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서로에게서 배우며 조화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실패는 누구에게나 찾아와.
하지만 실패가 너희를 무너뜨리는 건 아니다.
실패는 너희 안에 새로운 힘을 일으키고, 다음 도전을 준비하게 만든다. 실패 속에서 배우려는 태도, 아니면 최소한 훌훌 털고 나아가는 마음 다스림.
그 둘 중 어느 것도 너희를 성장하게 할 거야.
어른인 아빠도 여전히 실패를 하고 그 속에서
수많은 감정의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야.
그리고 배우려고 하지.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실패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란 걸, 꼭 기억해 주기를 바라며 조금이라도 어릴 때부터 이런 점들을 맘속에 기억해두고 있으면 좋겠어
언제나 응원합니다 :-)
실패는 다시 쓸 기회를 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