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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g Jul 20. 2016

마음이 허하다는 건

[30+ 그림일기]


마음이 허(虛)할 때.

발음부터 참 '허'하니 비어있어서, 마음 한구석이 어딘지 뻥 뚫려 있는 것만 같은 느낌. 영 익숙해지지도 않고 반갑지도 않은데 자꾸 찾아오니 답이 안 나온다.


그런데 오늘 반가운 사람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생각했다. 사람이 어쨌든 혼자서만 살 수 없는 존재라면 '허하다'는 느낌은 아마 우리 몸의 수많은 통증처럼, 마음이 보내는 신호가 아니려나.


마음은 사실 혼자 싸 안고 있을 땐 별로 존재감이 없다. 누군가나 무언가를 품을 때 마음의 공간을 깨닫고, 나눌 때 그 양(兩)을 알게 되고, 받을 때 퍼져나가는 온기로 그 온도를 느낀다.


혼자인 마음은 공기처럼 아무 신호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럴 땐 나도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산다-고 착각하기 딱 좋다. 그런데 어쩐지 이 허하다는 느낌이 나를 꾹꾹 찔러오기 시작하면 그제야 떠올리는 거다. "아, 맞다. 혼자서는 별로 안 괜찮은 존재였지."


독립적이고, 외로움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 그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고, 그렇게 되고 싶기도 했다. 누가 봐도 멋있고, 세상 살기도 편할 것 같다. 그렇지만 요즘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서른 살이 넘은 지금도 끊임없이 새롭게 만나는 사람, 새로운 관계, 혹은 예전부터 맺어왔던 관계 속에서 낯설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데, 혼자서도 과연 그게 보일까. 누구의 말에도 흔들림 없이 나만의 세계가 확고한 사람은 관계 속에서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나'란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버리는 건 아닐까. 그렇지만 나는 그 가능성을 벌써 닫아버리고 싶진 않으니까.


그러니 '마음이 허한 느낌'은 "아, 사람이 필요하다는 신호구나"라고 받아들여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네 마음속에 너밖에 없어서 한 구석이 비었으니, 다시 한 번 관계 속의 너를 발견해서 채우라는 신호로.


.... 쓸데없이 자존심 세우느라 센 척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이렇게 어렵게 해보았다. 처음부터 실수하나 없이 완성되는 것보다는 흔들릴 거 흔들려보는 게 더 인간적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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