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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e Oct 06. 2015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잠비아의 추억 vol.2


아프리카 중남부에 위치한 잠비아 솔로본 마을에서의 일이다.



솔로본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은

특히나 사진을 좋아했다. 카메라 속에 비친 자기 얼굴, 친구 얼굴을 보며 꺄르르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들의 모습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를 슈퍼스타로 만들어 줄  정도였고 나는 마치 뿌연 연기 속을 헤매며 내가 어릴 적 졸졸 따라다니던 소독차가 된  것처럼 내가 가는 길은 아이들이 줄을 지어 따르곤 했다. 내 카메라에 담기기 위해.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

카메라에 열광하는 아이들을 위해 마을을 떠나기 전 사진들을 현상해 작은 전시회를 열고 아이들사진을 나누어 주기도 했지만 카메라를 본 아이들의 휘둥그레진 눈동자에 대한 기억은 전시회로 아쉬움을 달래기엔 나에게 너무나 선명하게 남았다.



그리고 일 년 뒤

나는 회사에서 기증받은 30대의 카메라와 함께 다시 솔로본 마을을 찾았다. 그리고 간단한 작동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준 뒤 30명의 아이들에게 30대의 똑딱이를 나누어줬다. "마음껏 사진을 찍어도 돼. 네가 찍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한 시간 동안 사진을 찍고 돌아온 뒤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르면 그 사진을 뽑아서 줄게"


그렇게 아이들은 각자의 카메라를 보물처럼 손에 쥐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나선 아이들의 사진은 누구보다 사진에 익숙한 심지어 매일 카메라 기능이 있는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우리들의 그것보다 더 훌륭했다.


집에서 키우는 돼지와 동생들의 모습을 담기도 하고
물통을 들고 걸어가는 친구의 모습을 담기도하고
사진을 찍고있는 또 다른 친구의 모습을 담기도 했다




그 소년은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한 아이다. 


처음으로 카메라를 손에 쥔 아이들에게 호기심이 생겼던 나는  그중 한 아이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특별히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그 아이가 거기에 있었.

그 소년은 집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보통의 아이들이 카메라를 쥐고 마을 주변의 모든 사물, 돼지와 닭, 심지어는 돌멩이까지를 카메라에 담는 동안 그 소년은 그저 조용히 집으로 향했고 나는 그 소년이 가는 대로 조용히 길을  따라나섰다.




얼마쯤 지났을까.

집에 도착한 소년은 문 앞에 서서 소년의 어머니를 부르기 시작했다.


흙으로 지은 집, 짚으로 지붕을 얹은 잠비아의 흔한 집이었다. 그의 어머니가 집 앞으로 나오자 소년은 드디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녀가 문 앞에 앉아 성경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었다. 약속한 한 시간이 다 되어 갈즈음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에게 카메라를 내밀며 말했다. 이 장면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그리고 이 사진이 소년의 사진이다.



이 장면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문 앞에 앉아 책을 읽는 어머니의 모습. 어쩌면 매일 집에서 보는 장면일지 모르는 그 장면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라고 말하는 그 소년의 얼굴은 3년이 지난 지금도 내 눈앞에 생생히 떠오른다.


나는 다시 묻고 싶다.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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