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전 매거진에서 살짝 언급되었던 인도네시아 여행기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국내 여행을 해외여행보다 훨씬 많이 다녔다. 그래서 해외여행은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지금껏 다닌 곳이 손가락 안에 다 들어가고도 남으니 말이다. 몇 차례 여행한 곳은 나름의 일기장에 고이 보관 중이지만, 이번 특히 인도네시아 여행기는 이렇게 남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단순 여행기가 아니라, 나의 마음과 감정이 담긴 글들이 될 것 같다.
인도네시아 여행은 아주 극적이었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형에게 가겠다는 말도 급하게 했고, 역시 티켓팅도 그날 바로 해버렸다. 요즘 나의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은 무슨 돈이 있느냐며 핀잔 아닌 핀잔을 주었지만,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어차피 나한테 여행 잘 다녀오라고 돈 한 푼 안 쥐어줄 사람이며, 기념품만 목 빠지게 기다릴 치사한 사람들의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마치 십몇 년 전에 터진 인도네시아 시나붕 화산처럼 나의 마음이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적이 몇 번 없었다. 공황장애는 없지만,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비슷한 증상을 보일 정도였다.
노트북 작은 폴더에 나의 인생 이야기를 담아 놓고 있지만, 차마 공개할 수는 없을 정도로 나의 인생은 너무 괴로웠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괴롭히고 아프게 했는지 지금도 온 사방을 돌아나니고, 헤매며 찾고 있다. ‘찾으면 복수라도 해야 하나’를 시작으로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쌓여 있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아프고 힘든 동생과 함께 나의 하루는 더할 나위 없이 힘에 부쳤다. 시간이 지나도 해결할 수 없는 이 문제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자괴감은 몹시도 나를 괴롭게 했다. 복수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가 시간을 향해 할 수 있는 복수는 아무것도 없으니, 사람을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아마 며칠의 시간만 더 있었다면, 나는 어디 신문 사회면 구석에 작게 표시되어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에겐 위험한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사람이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들을 나름 욕망하며 살아야 삶에 힘이 생기는데 나는 차가운 현실 앞에서 그 모든 것을 제쳐두고 살아가니 얼마나 괴롭고 짜증이 나는 상황이었을까. 괴로움으로 가득한 마음에서 나의 마음속에서 출발하는 이 여행기가 소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만을 기다리고 기다렸더니 버틸 힘이 생겼더라. 지금도 이렇게 저렇게 버텨가는,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될지는 모르겠지만.
괴로운 나의 마음속에서 출발하는 여행기이니 부담 없이 읽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