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웃겨서 남기고 싶은 에피소드
결국 두려워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한국어는 가나다라,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밖에 읽지 못하는 현 남자 친구 Y에게 이 브런치 주소를 알려줬더니 기어코 번역기를 돌려서 보겠다며 보고 있습니다. 번역기로 돌려도 읽을 만하다며 하지만 재미있지는 않다는 리뷰를 남겨주었습니다. 제길복붙이 안 되는 줄 알았습니다 자기가 뭘 안다고 재밌다 재미없다 말하는지 모르겠군요.
열심히 국제 연애에 관해 썼으니 이왕이면 다른 에피소드도 글로 남겨두고 싶어서 써보려고 합니다. 내용은 사실 저를 위한 것이라 간단하게 쓸 겁니다.
1. 남자 친구의 결혼 활동 후기
세 번째 글에서도 쓰긴 했는데 그 결혼 활동이 잘 안 되었던 이유는 Y말로는 이벤트에서 선택을 받게 되면 같이 나가서 자연스럽게 연락처를 교환하고 데이트를 하는데, 데이트를 할 때마다 상대방 여성이 자신에게 미래에 대한 계획을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건지(?), 어떻게 돈을 많이 모을 건지 등. Y는 이 과정에서 꽤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Y입장에서는 한 번 만난 상대가 마치 결혼해서 자신을 어떻게 책임져줄 건 지 물어보는 과정이 당황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일본에서도 결혼 활동이란 소위 말하는 인기 없는 사람들이 많이 참가합니다. 자연스럽게 이성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참가하지 않아요. 사실 Y 말고도 일본인 지인들이 결혼 활동을 참가하는 것을 보고 어처구니없는 이벤트라고는 생각했습니다. 참가비는 이벤트마다 다르지만 10분에 한 번 씩 자리를 바꿔가며 맘에 드는 사람을 선택해 짝을 찾는 형식인데, 1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자기소개만 열심히 하고 끝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참가하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들이겠죠. 그래서 저는 가끔씩 Y를 놀려먹고 싶을 때 결혼 활동 놀이를 합니다. 그럼 Y가 재현하는 것도 싫어서 뒤집어집니다.
나 : 안녕하세요. OO입니다. 나이는 OO살입니다.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다.
Y : 저는 Y라고 합니다. 나이는 OO살입니다. 어디 어디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나 : Y씨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Y : 싫어-! 그만해!!!
나 : Y씨는 미래 계획이 있습니까?
Y : 나 정말 이 어색한 대화가 싫어!!!!!!! 안 해!!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깔깔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이벤트임에도 참가비를 내고 시간을 내서 참가한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합니다. 물론 제대로 짝을 만나고 싶은 사람은 파트너십 회사에 돈을 내고 매칭을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결혼 활동은 어디까지나 연애를 시작해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이벤트로 35세 이하만 참가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일본인 지인이 결혼 활동을 하고 있다고 얘기를 한다면 그냥 응원해주세요.
2. 보컬 학원 다니기
사실 저는 일본어 발음 연습과 목소리 크기를 높이기 위해 보컬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보컬 선생님은 제 목소리가 더 더 커질 수 있도록 레슨을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제 목소리는 커졌습니다. 너무 커져서 직장에서 목소리가 크다고 혼났는데, 이를 보컬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엄청나게 좋아하셨습니다. 혼나더라도 목소리는 큰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노래방가서도 기운차게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는데요, 노래방갈 맛이 생겼습니다. 일본어로 배워도 발성이 좋아지니 한국 노래도 부르기 쉬워지더라고요. 전 참 노래를 좋아하고 제 친구들도 노래를 좋아하는 데 Y는 노래를 못합니다. 그래도 보컬에 관한 이야기는 재밌다며 잘 들어줍니다.
3. 에반게리온 때문에 싸우다
남자 친구인 Y와는 자주 싸우지 않습니다. Y가 참으로 온순한 성격이거든요. 저는 평범한 다혈질이지만 나이 먹으면서 많이 유해져서 온순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우리가 싸우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일 년에 2번 정도 싸웠는데 아주 크게 싸웠던 일이 세 번 있었습니다. 그 세 번 중에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때문에 싸운 적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에 관심 없는 분들은 이해 못 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싸우긴 싸웠지만 참 창피합니다.
저는 신 극장판 4편만 보고 재밌었고 마지막도 훌륭했다고 했으나, 뼛속부터 오타쿠인 Y는 제 감상을 싫어했습니다. 감독의 마지막 결말이 아주 맘에 안 들었나 봅니다. 근데 저도 똥고집이라 결말이 잘 만들어졌는데 왜 그렇게 싫어하냐고 했습니다. 스포주의입니다%%
아스카가 주인공이 아닌 다른 남자 캐릭터와 이어지는 것을 보고 저는 그래도 서사가 아름답다며 감동받았는데 Y는 아니라고 우기며 (아스카를 저딴 놈한테 내주다니) 싸움을 걸었습니다. 우리는 말싸움을 했죠..하 이딴 걸로 싸우다니 싶은데 진짜 디지게 싸웠습니다. 그리고 싸우고 나서도 어색해서 말을 잘 못 했습니다. 오타쿠 똥고집때문에 우리는 에반게리온 전시회를 보러 가도 서로가 창피해서 서로의 의견을 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짜증납니다. 오타쿠들 똥고집 쯧
4. 여행 가서 싸우다
에반게리온을 제외하고는 전부 여행 가서 싸웠습니다. 두 번 정도 난리 치며 싸우고 나서는 이제 관광지에 가게 되면 둘이서 절이나 신사에 가서 돈을 조금 넣고(5엔) 이번 여행의 목표는 싸우지 않기라고 기도하며 힘차게 악수하고 내려옵니다. 그 뒤로는 잘 안 싸우게 됐습니다. 여행 가서 자주 싸우시는 분들도 한 번 해보십쇼. 효과 있습니다.
싸움이 일어날 느낌이 났을 때 우리 그때 기도했즈느^_^하고 웃으라고 강요하면 끝장까지는 안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