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의료행위'가 허락된 단 하나의 자리

의료법과 학교보건법이 밝히는 보건교사의 특별한 권한과 존재 이유

by 평범한 보건교사

학교에서 아프거나 다친 아이가 생기면, 누가 의료행위를 할 수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간호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는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의료행위 자체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의료법 제27조와 제33조는 의료인이 아닌 사람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이라 해도 원칙적으로는 ‘의료기관 안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즉, 학교라는 공간은 의료기관이 아니므로, 아무리 간호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라도 의료행위를 단독으로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예외 조항을 적용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보건교사입니다.
보건교사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5호가 인정하는 예외 규정에 따라, 학교라는 비의료기관에서 단독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이는 「학교보건법 시행령」 제23조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으며, 보건교사의 직무에는 응급 의료 중 하나인 응급처치, 외상 치료, 질병 악화 방지, 질병자의 지도 및 관리, 필요시 의약품 투여 등이 포함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간호사 면허만으로는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학교보건법 시행규칙」 제11조는 간호사 면허만 가진 사람은 ‘보건교사의 지시’를 받아 제한된 범위 안에서 보조 역할만 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다시 말해, 학교에서 학생을 위해 합법적으로 의료행위를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보건교사'라는 직책을 가지고 그 자리에 있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보건교사는 ‘간호사 면허’와 ‘교사 자격’을 함께 가진 특수한 직업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학교 안에서 학생들의 건강권을 지켜내는 최전선에 서 있으며, 아이들의 작은 통증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까지 책임지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학교는 병원이 아니지만, 그 안에는 언제든 의료행위가 필요한 순간이 생깁니다. 그 순간을 지켜내는 사람이 바로 보건교사라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가끔은 제 존재가 학교에서 너무 작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교과 수업을 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보건실이 교실의 바깥에 있다는 이유로, 때로는 주변에서 ‘부수적인 자리’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은 분명히 말합니다. 보건교사는 학교 안에서 단 하나,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이 문장을 곱씹을 때마다, 저는 다시 제 자리를 확인합니다.

아이들의 호흡이 가빠올 때, 갑작스러운 사고가 일어났을 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역할을 제가 맡고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은 때로 무겁지만, 동시에 제게 가장 큰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교실을 채우는 수많은 목소리 사이에서 보건실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냅니다.
그 작은 보건실이라는 공간에서, 저는 매일 저만의 ‘교과’를 펼쳐 갑니다. 교과서엔 실리지 않지만, 아이들의 삶과 직결된 가장 중요한 학생 건강권을 지키는 수업을요.

그리고 저는 믿습니다.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이 역할이 앞으로도 반드시 학교 안에서 존중받고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보건교사의 자리는 항상 필요하다는 사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