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일기 1. 너를 만난 날

너는 나의 행복

by 소담

한동안 나의 일기장이었던 블로그에 남아있던 글


“나는 엄마가 되고 소소한 행복이 진짜 행복이라는 걸 배우고 있다.

아이를 보며 매일매일 느끼는 이 행복을

행복을 가장한 다른 것들로 인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첫 아이를 통해 매일 느끼는 행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는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나해보지 못한

모든 경험들을 통해 만난 아이니까..


테스트기에 두 줄이 희미하게 뜨던 날도

입덧에 무너져 잠자고 토하기를 반복하며

뱃속에서 뽀글거리는 느낌을 느끼고

손인지 발인지 모를 무언가로

나를 톡톡 치는 태동도

점점 불러오는 내 배를 보는 기분도 모두 신기했다


임신 기간 내내 느끼던 감정들은

그동안 단 한 번도 못 느껴본 설렘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출산

와, 나는 태어나서 이렇게 불안하고 고통스럽고

걱정되는 기분을 느껴보지 못했다

단 한 번도-

나의 고통보다도

다른 누군가의 고통이 걱정된 적도 처음이었다


30여 시간의 진통 내내 나는 수만 가지 생각을 했다

나름 참을만했던 진통 초반에는

우리 아가를 드디어 만난다! 하는 기쁨을 느끼고


진통 간격이 줄어들면서 느끼는 고통이 커질 때엔

수술을 할 걸 그랬나?라는 마음이 커졌고

내가 죽더라도 아기는 살려줘 라며

이러다 내가 죽겠구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진통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는 많이 힘들어했다

아이의 호흡이 불안정해지자

기계에서는 계속 경고음이 들렸다

경고음이 멈추지 않자 산소호흡기가 씌워지고

간호사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졌다


낯선 의사가 들어왔다

이대로라면 아기가 너무 힘들어서 안된다

한 시간 내로 출산을 진행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저 여태 출산 진행 중인데요..?


아기가 너무 힘들다는 말에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시작된 아기를 만나기 위해 마지막 길에 들어섰다


배에 기차가 지나간다,

코로 수박을 낳는 기분이다 등등

출산 후기마다 무시무시한 말이 많았는데

나는 아기를 만나던 그 순간이 참 시원섭섭했다

출산 후 첫 식사인데, 정월대보름이라고 부럼을 줬다 ㅎㅎ


아기를 낳고 몇 시간은 참 이상했다

꽤 많이 들어간 배도 이상했고

나를 산모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했다

무엇보다도 배에서 태동이 느껴지지 않아서 이상했다


내 담당교수님은 휴가였다-


나중에 출산 다음 날 만난 교수님 이야기로는

근무 이래로 처음 쓰신 연차날이라 하셨다

그래서 내가 되게 기억에 길이 남을 산모라며..

둘째 때는 나의 막달에 절대 휴가를 쓰지 않겠다는

농담도 건네셨다

그 둘째는 캐나다에서 낳았다


몇 시간의 안정을 취한 후, 신생아실로 갔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내 뱃속에 있었는데..

입을 오물거리는 내 아기


그 작고 소중한 존재에게

나는 푹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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