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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저씨 Dec 03. 2023

징계위원회 이후...

삶은 원래 불공평한 것... KO 또는 판정

징계위원회 결과가 나왔다. 징계 결과는 "견책", 즉 주의로 마무리가 됐다. 그리고 이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던 타 팀의 담당자들도 "주의"로 마무리가 됐다. 하지만 난 징계위원회 심의결과를 듣고 뒷 맛이 씁쓸했다. 두 팀 모두 주의인데 왜 그러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내가 받은 주의와 타 팀에서 받은 주의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받은 주의는 혼인신고를 하고 나서 이혼을 한 것이고, 타 팀의 사람은 혼인신고 없이 이혼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나는 인사평가에 기록이 남지만 타 팀의 원인 제공자는 징계 기록이 문서에 남지 않는다. 이번 징계위원회도 그렇고 내 이혼도 그렇고 삶은 정말 불공평하다 생각한다. 누군가 한 명은 희생을 하고 다른 이는 그 희생의 이득을 본다. 전 처가 공부만 하고 나에게서 도망쳐버린 것도 그랬고, 이번 일도 그렇다. 그래도 잃기만 한건 아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내 안에 있던 남에게 인정받고 불공정한 사회에서 공평하게 대우받길 원하는 내 이기적인 욕심과 욕구를 깨닫고, 그 무게를 조금은 덜어냈기 때문이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하지만 나 또한 불공평한 사회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바꾸려고 노력해도 변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나 혼자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이젠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나 자신 뿐이라는 걸 말이다.


20~30대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만심에 빠져 있었다면, 지금은 세상과 깨져버린 가정에 두들겨 맞아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다. 그리고 난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 새로운 목표를 잡기 위해 힘겹게 링 위의 로프를 붙잡고 일어서서 버티고 있다. 


나에게 인생은 KO가 아니라 판정이다. 지금 나는 욕심을 버리고 끝까지 버티면서 인생 최종 라운드까지 가려고 하고 있다. 누구의 눈에는 비겁해 보이거나 멋지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상관없다. 난 판정결과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일어설 것이다. 시원하게 KO는 못 해도 판정까지는 버틸 것이다.



KO 또는 판정(나저씨가 아이폰으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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