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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저씨 Dec 23. 2023

2023년. 태어난 김에 잘 살았을까?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태어날 때부터 난 선택권이 없었다. 다행히 날 사랑해 주는 부모님을 만났고, 그분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서 크게 굴곡 지지 않은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난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부모님이 원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고, 주위의 기대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40년이 넘는 삶을 살았는데, 내 인생에서 무언가 하나 남길 만한 일을 하지 못하고 2023년 12월 마지막을 맞이하고 있다.


40대가 되고 이혼을 하고 아이가 없이 혼자가 되니 이제야 내 인생이 제대로 보이는 것 같다. 처음 이혼했을 때는 실패한 삶을 살았다 생각했고, 아이가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밖에 제대로 나가지도 못했다. 그리고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22년에서 23년 상반기까지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다 문득 두려워졌다. 내 노후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진짜 앞이 깜깜했다. 퇴직 후의 삶에 대해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퇴직 후에 아이도 아내도 없는 나는 철저히 혼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퇴직 후의 삶을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지금처럼 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밤, 조용한 원룸 방에서 조용히 퇴직 이후의 내 인생을 생각해 봤다. 내가 100년을 산다는 전제로 생각하면, 퇴직 후 난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40년은 내가 일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과 동일한 시간이다. 희망 회로를 돌려 퇴직연금을 20년간 받는다 해도, 남은 20년은 그 어떠한 수입원도 없이 살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그때가 되면 나이가 80대다. 그 나이가 되면, 기력도 부족해서 일도 제대로 못 할 것이다. 만약 일을 한다 해도 기계와 경쟁을 해야 할 확률이 높으니, 배달, 경비원 등의 그나마 노인이 할 수 있는 일들도 다 기계에게 점령되어 버릴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정말 난감했다. 그리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나이 40이 되고 혼자가 되면서 내가 제일 먼저 깨달은 삶의 지혜는 "퇴직하는 순간 내가 누리던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라는 것이었다. 퇴직하면 내가 하던 일을 통해 받은 대우들이 모두 다 사라지고 온전한 나 자신만 남아버린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을 때, 난 정말 하찮은 존재가 되어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2023년에 난 많은 새로운 일들을 했다. 책을 탈고하고 출판사에 투고도 했고, 내가 그린 그림으로 그룹 전시회도 열었다. 전문 콘퍼런스에서 발표도 하고, 기고문도 썼으며, 브런치에 글을 쓰며 사진 보정 및 촬영 수업도 받았다. 책도 100권은 아니지만 70권 가까이 읽었다. 돌아보면 참 많은 일들을 했지만, 그중 올해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크게 이룬 일은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며,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토대를 다졌다"라는 것이다.


지금 난 2024년을 어떻게 지낼지 생각하면서 신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어떤 것들은 명확하지만, 다른 것들은 모호하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2024년에도 난 퇴직 후 내 노후를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태어난 김에 살아가는 삶에서 나의 행복은 남이 아닌 나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퇴직 후에도 책임감 있는 한 명의 어른이(어른 아이)로 살아기 위해 2024년도 즐겁게 인생을 준비하며 살아가야겠다.


메리크리스마스!(나저씨가 아이폰으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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