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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저씨 Apr 07. 2024

4.7일 일요일 아침 10시 30분

회복 탄력성, 그리고 쉼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과 실패에 대한 인식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 출처: 위키백과 (2024.4.7일 현재) - 


30대에 내가 회사에서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회사에서 성공하려면 회복탄력성이 좋아야 한다."였다. 즉 회사나 집에서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금세 떨쳐버릴 수 있어야만,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도 오랜 기간을 회복탄력성을 키우려고 노력했고, 10여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난 회복탄력성이 전혀 없다.고 말이다.


2주 전...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니를 뵙고 왔다. 어머니를 뵙는 건 너무 좋았고, 맛있는 음식과 동생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고향에서 올라온 후, 난 어딘가 느슨하게 나사 빠진 사람처럼 한 주를 보냈다. 며칠 되지 않은 시간을 고향에 내려가서 시간을 보냈는데, 내가 지금까지 해오던 루틴이 깨져 버리고, 그 루틴을 다시 원복 시키는 게 쉽게 되질 않았다. 나의 고질병인 느린 회복탄력성이 발병한 것이다. (어떤 때는 깨진 루틴으로 원상 복귀하는데, 한 달 이상이 걸릴 때도 있다.) 


지난 한 주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그림도 제대로 안 그려지고, 캘리그래피 연습도 하지 않았으며, 독서와 스페인어 공부도 하지 않았다. 그 어떤 것들도 나의 흥미를 끌지 못한 것이다. 집에 오면, 충분히 시간이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종일 유튜브만 보고, 잠도 예전처럼 새벽 1시~2시가 돼서야 들었다.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였다. 


그렇지만 이번엔 경험한 깨진 루틴은 평소와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왠지 이번 주말이 되면, 내 루틴이 원상복구가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예상은 다행히도 들어맞았다. 주말에 그림 수업을 받으면서 조금씩 예전 루틴으로 돌아오는 것을 느꼈으며 캘리그래피 수업을 받으면서 조금씩 마음이 편해지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오늘 브런치를 통해 인연이 된 작가님(@변신네모)과 오전에 만나서 여러 가지 삶에 대한 이야기와 그분의 열정과 철학, 그리고 멋진 작품들을 보면서 루틴이 완전히 돌아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변신네모님과의 만남은 너무나 유익했다. 작가님의 '업사이클링'을 배우면서, 이번에 집을 이사하면 변신네모 작가님의 작품을 모셔오고 싶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봤다. 그렇게 변신네모님의 작품과 삶에 대한 고견을 듣고 나니 나도 내 삶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왠지 모를 위안을 받았다.)


그렇게 감사한 만남 이후에, 집에 와서 나의 회복탄력성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나의 회복탄력성이 늦는 것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회복탄력성이 좋다는 건 그만큼 고난과 시련을 빨리 극복한다는 것인데, 과연 이게 좋기만 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복탄력성이 느리다는 것은 그만큼 나 자신에게 휴식을 선물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만 보고 달리면서 휴식을 모르고 지내던 나에게 인생은 낮은 회복탄력성을 부여해서 달려온 만큼 쉬게 해 주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 꿈보다 해몽이라지만, 이제부터 나는 낮은 회복탄력성에 대해 조급해하지 않고, 오히려 즐길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인생은 Que Sera Sera (Whatever will be will be)이자 Oh Captain, My Captain! 이니까!


인생은 회전목마(나저씨가 아이폰으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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