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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저씨 May 19. 2024

5.19일 일요일 아침 10시 30분

Lie... 반성문, 그리고 잉여인간...

글을 썼다가 전부 다 지웠다. 글을 쓰고 보니, 쓴 글이 내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하지 않고, 감동과 교훈을 주는 거짓 글을 쓰고 있던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장황하지만, 한마디로 정리하면, 거짓말을 쓴 것이다. 물론 이전 글이 백 프로 거짓이 아닌 10%의 거짓이지만, 그 10% 거짓이 있다고 나의 거짓말이 거짓이 되지 않는 게 아님을 알기에,  썼던 모든 글을 지웠다. 사실 그때 내가 쓴 글은 다시 봐도 괜찮은 글이었다. 그래서 글을 다시 쓰는 것도 귀찮고 해서, 나 자신과 타협하려고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건 내 글을 읽는 작가님들을 기만하는 행동이라 생각해서, 두 번 고민하지 않고 글을 다시 썼고, 그게 지금 쓰고 있는 이 반성문이다. 


이번 일을 통해, 내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다. 내 인생에 얼마나 솔직하게 살고 있는지 말이다. 현재 난 번아웃이 왔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괜찮다. 문제없다 거짓말을 하면서 억지로 나를 북돋우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면서도, 거짓과 타협하는 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처럼 자기 합리화를 하려 했다. 계속 이렇게 나를 억지로 끌고 가다 보면, 어느 순간 타이어 터지듯이 내 이성의 끈을 놓아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주는 나에게 약간의 쉼을 주기로 했다. 다음 주 약속 중, 조정이 가능한 일정들을 조정하여 주말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주중에 하루도 회사 연차를 냈다. 하던 일들을 잠시 멈추고 대문자 I인 나에게 집에서 방콕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가를 주기로 한 것이다.


예전에 책에서 읽은 이야기가 있는데, "스프링을 계속 잡아당기면 탄성을 잃어버려 스프링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라며, 적절한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이었다. 지금 내 상태는 아마도 80% 정도까지 잡아당겨져 있는 상태일 것이다. 아마 더 잡아당기면, 탄성을 잃어버려서, 마지막엔 스프링으로서 역할을 못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스프링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다음 주는... 잉여인간으로서 내 본연에 충실하게 커피, 콜라, 과자와 함께 넷플릭스와 유튜브, 만화책과 애니메이션, 그리고 밀린 영화나 하루종일 봐야겠다.


이번 주 그림은 참 잘 그린 거 같다.(나저씨 그림,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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