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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저씨 May 21. 2024

집밥

올리브 오일 쌀밥과 막걸리 수육

난 집에서 밥을 해서 먹는다. 3년 전만 해도 밖에서 사 먹는 게 일상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밥을 해 먹기 시작했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는 아니다. 혼자 산지 20년이 넘어가니, 웬만한 음식들은 먹어봐서, 이젠 별로 당기는 음식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고 진수성찬을 만들어 먹는 건 아니다. 난 지독히도 요리를 못한다. 내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건, 압력밥솥을 이용한 밥과 수육이다. 밥은 쌀을 씻어서 30분에서 1시간가량 불린 다음에 올리브 오일을 넣어서 만든다. 올리브 오일을 넣는 이유는 없다. 그냥 왠지 고급진 쌀밥을 먹는 기분이 들어서 넣는다. 그리고 평소에는 참치를 마트에서 사서 기름을 빼고, 밥과 참치를 비벼서 김치와 간단히 먹는다. 그게 아니면 수육을 해 먹는다. 수육을 해 먹을 때 나만의 레시피라 하면, 수육을 물 대신 막걸리로 끓이는 거다. 막걸리를 이용해 수육을 만들면, 수육이 만들어지는 동안 유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수육의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고기 잡내가 없어지는 걸 보고 있자면, 그 정도 불편은 감내할 의지가 생긴다. (소주나 생강도 사용해 봤지만, 나에겐 막걸리가 가장 비용 대비 효율이 좋았다.)


그렇게 수육이 완성되면, 집게로 꺼내서 고기를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서 쟁반에 올린다. 그 후에 통후추와 소금을 뿌리고, 마지막엔 스리라차 소스를 얹어서 나만의 수육을 완성시킨다. 그렇게 만든 수육과 올리브 오일을 첨가한 밥을 먹으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물론 어머니표 김치는 화룡점정이다. 


혼자 살면서 음식을 제대로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비록 집에 오면 냉동고에 얼려둔 쌀밥을 전자레인지에 녹여서 참치를 비벼서 김치와 먹는 저녁이라도, 편하게 넷플릭스, 유튜브와 함께 하는 저녁에서 온전한 나만의 동굴을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니면 말고)


이렇게 다시 혼자되는 삶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 같다. 지금 배우는 것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 요리 과외도 한번 받아볼까?



맛있는 요리를 만들 줄 아는 날이 올까?(나저씨가 아이폰으로 촬영), 장소: 꼰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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