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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저씨 May 29. 2024

주인의식이 있어야 성공해? 정말?

회사는 우리의 삶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 해야 인정받아!"


내가 사회 초년생일 때 일 잘하는 직장 선배에게 '업무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어보면 직장 선배들이 내게 해줬던 말이다. 그들은 정말 자신이 하는 일을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했고, 남들보다 빠른 승진을 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걸 보면서 내심 그들을 부러워했다. 그리고 나는 잘 나가는 그들처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일 때 나에게 조언을 해주던 사람들과 비슷한 아니 더 많은 나이를 먹으니,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것이 내 인생에 성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젠 일 할 날보다 정년퇴직을 할 날이 더 가까워진 나이가 되니, 자연스레 퇴직 후 삶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혼 후 홀로서기를 하게 되면서, 내 또래 사람들보다 몇 년 앞서서 고민을 하게 되었고, 난 이 고민을 일찍 하게 된 것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의 추천에 따라 다양한 업종과 직책을 수행하던 사람들이 퇴직 후에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하는 만큼, 다양한 퇴직 후 삶들이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퇴직 후, 어떤 삶을 살아가던지 100명이면 100명 모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있었다.


회사는 퇴직한 우리의 삶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회사를 다니면서 맺은 인연은 이해관계에 의해 형성된 것이기에, 회사를 퇴직하는 순간 나는 완전히 혼자가 된다는 것이 퇴직 한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는 나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라고 이야기한다. 모순된 이야기인 것이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은 하지만 결국 주인은 되지 못하는 게 직장인의 삶인데,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라는 말은 너무 억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난 회사를 다녀야 하고,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살아야 노후도 대비하면서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봤다. 그렇게 몇 달간 유튜브 영상과 책을 읽으면서 고민한 결과, 나만의 결론을 내렸다.


노후에도 내가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일(취미)을 찾고 꾸준히 그 일(취미)을 퇴직할 때까지 하자.


내가 생각하는 노후 대비라는 건 별거 없다. 돈을 많이 모아서 노후에도 풍족한 삶을 사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 내 능력으로는 노후에 큰돈을 벌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아마 퇴직을 하게 되면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끼면서 살면 살 수 있는 수준은 될 것이기에, 건강에 신경을 쓰고 퇴직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위한 인생(커리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지금 내가 생각하는 노후 대비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내가 해오던 취미 생활이 이런 노후 대비의 일환이 되고 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캘리그래피를 하면서 스페인어 수업을 받고 있다. 앞으로는 요리도 배워볼 생각이다. 내가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는 어떻게든 나의 노후를 위한 다양한 인생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볼 예정이다. 목적을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제일 좋겠지만, 40년이 넘게 살면서 배운 인생 교훈(삶은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는다.)이 있기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차근차근 내 노후를 준비하려고 한다.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는 않지만, 근무 하는 동안엔 나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니깐 말이다.


Conmigo(나와함께, 나저씨가 아이폰으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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