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천벌?
월요일엔 하루 종일 부서장의 앓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요즘 유행이라더니 독감에 걸린 것 같다고 해요.
'저 인간 무슨 사고라도 안 나나?'
눈에 보일 땐 그런 저주를 하다가도 막상 정말 골골대는 모습을 보니 그것도 못 봐줄 노릇이더군요.
아니면 나 없는 데서 소리 없이 아프던가.
너 없으면 더 잘 굴러가, 회사
부서장은 도저히 안되겠는지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기어이 다시 사무실로 들어왔습니다.
오후에 있는 회의에 꼭 참석을 해야 한다나.
그렇게 중요한 회의 같지는 않던데 자기 기준에서는 빠질 수 없었나 봐요.
평소 남들한테 깐깐하게 구는 것에 대한 진정성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요령 없이 자신도 저렇게 혹사시키는 걸 보면 말이죠.
'저 사람도 나름의 무게를 견디고 있구나.'
조금만 더 똑똑했으면 좋았으련만.
초주검이 말을 하네?
어제 휴가를 냈던 부서장은 오늘 출근했습니다. 여전히 얼굴은 죽상이었죠.
- '단순 독감'인데도 그렇게 아픈 건가요?
별생각 없이 그렇게 묻자 부서장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쏘아 봤습니다.
- 단순 독감? 단순 독감이요? 이야, 이렇게 아픈 사람한테 단순 독감이라고요.
부서장의 반응을 보고 나서야 아차 싶었습니다.
내가 너무 쉽게 말했구나.
3일 넘게 사람을 초주검 상태로 만들 정도면 다른 병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단순한 삶
남의 일은 참 단순합니다.
무슨 저런 감도 안되는 걸 갖고 머릴 싸매고 있나 싶을 때가 많죠.
회사일이든, 집안일이든.
그런데 그게 내 일이 되면 그렇게 복잡할 수가 없습니다.
다들 그냥 저냥 사는 것 같아 보여도 세상에 '단순한 삶'이라는 건 없는 거예요.
'단순 독감'이 없듯이.
from surt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