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즐겨라!
카르페 디엠은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욜로'도 비슷한 의미로 해석이 된다. 갑자기 현재를 중요시 여기게 된 계기는 우리 할머니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평생 일만 하시다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며칠을 병원에서 지내시다가 돌아가셨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IMF가 터져서 엄마의 고향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우리는 집이 없어 할머니집에 있는 창고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그때 할머니는 장사를 하고 계셔서 엄마가 하루종일 일을 도와주며 돈을 벌었다.
어린 나는 아무것도 몰랐기에 그저 아이스크림만 먹으면서 하루를 보냈다. 25년이 지난 지금 나는 할머니네에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적 나를 본 손님들도 간혹 있다. 그때 뛰어다니던 꼬맹이가 너였냐며 물어보신다.
우리는 여름에 매우 바쁘다. 그래서 이때는 쉴 수가 없다. 밥 먹을 때 말고는 쉬는 경우가 없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기 때문에 손님들이 시도 때도 없이 온다. 이렇게 일을 하다 보니 같이 일하시는 분들의 몸이 남아나질 않아 병원을 자주 가고 약을 달고 산다.
내가 본격적으로 일을 도와주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취업 준비를 하려던 찰나에 갑자기 가게가 바빠져 자연스럽게 도와주기 시작했다. 손님이 너무 많아져 지금까지도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아직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했고 집에서 일을 하는 것이 돈을 모으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엄마의 건강이다. 가스 불 앞에 계속 있다 보니 엄마도 할머니처럼 어지러움증을 호소하고 있다. 갑자기 쓰러지실까 봐 걱정이다.
이렇게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돈을 버는 게 큰 의미가 있나 싶다. 우리 손님들은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다. 오셔서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 주로 군대, 건강, 자식 이야기가 많은데 그중에서 건강 관련 이야기가 가장 많다. 나도 자주 다쳐 수술을 많이 하였기 때문에 남들보다 건강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카르페 디엠'이다. 괜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현재를 즐기기로 하였다.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보면 목표를 이루려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억지로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물론 그렇게 해서 목표를 달성하시는 분들을 보면 존경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힘들게 퇴근하고 몸과 마음이 지친 날이면 자기 계발은 잠시 접어두고 드라마를 보면서 맛있는 음식을 시켜 먹는다. 그리고 피곤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잠을 잔다.
뉴스를 보면 정말 안 좋은 일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일어나게 되는데 그게 나한테 일어나지 않을 법은 없다. 그래서 매일매일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다. 최선을 다한다는 게 미라클모닝을 하며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행복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피자를 먹고 에어컨과 선풍기 밑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스트레스를 안 받는 건 말이 안 되니 덜 받으면서 현재를 즐겨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