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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기주 Jun 23. 2022

이걸 올려도 된다고요?

입사 한 달 차, 인스타툰 연재를 시작했다.

출판사 입사 한 달 차, 팀장님과 면담을 했다.    

  

팀장님은 막 입사한 내게 출판사를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알릴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해오라고 하셨다.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서 입사했지만 어떤 것이 신선하고 재밌는 콘텐츠인지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정답이 없기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여러 기획안을 써갔다. 그중에 하나는 해보라고 하시겠지. 아이디어를 하나만 가져가기엔 뭐해서 당시 유행하던 뉴스레터에 마케터의 그림일기를 실어보자는 내용의 기획안도 끼워서 냈다.

      

큰일 났다. 팀장님 레이더망에 그림일기가 들어왔다. '설마 이걸 하라고 하시겠어? 난 미술 전공도 아닌데'라고 생각하며 써갔던 기획안인데 그걸 해보라고 하실 줄이야. 당황했던 나는 ‘저 그림은 잘 못 그리는데요’ 하며 피해 가려는 애를 썼다. 그래도 일단 해보라고 하셨다. 처음 기획했던 뉴스레터에서 인스타그램으로 플랫폼만 바뀌었다. 나는 갑자기 회사 인스타툰 작가가 되어있었다. 다 내가 부른 일이다.      



하라면 해야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역시 입사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신입이 그릴 수 있는 건 신입의 이야기밖에 없었다. 성장하기 전 단계라는 의미에서 캐릭터(페르소나)를 병아리로 잡았다. 인스타툰 안에는 회사에서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와 신입이 저지른 깜찍한 실수, 그리고 출판사 입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출판사 마케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그렸다. 허술하게 아이패드로 그린 그림이 공식 계정에 올라가도 될까 무서웠다.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평균 게시물 반응 수가 높아야 150-200이었다면 인스타툰으로 첫 화에선 좋아요 800개를 넘게 받았다. 기분이 이상했다.아직 제대로 시작은 안 했지만, 콘텐츠 마케터로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느낌이 들었다.      



일상에서 소재를 찾자


소재 고갈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찾아왔다. 출판사 신입사원의 일상이지만 사실 여느 회사원과 다르지 않았다. 뭔가 더 특별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야 했다. 매주 마감을 하고 나면 다음 화는 뭘 그려야 할지 걱정됐다. 그래서 회사생활을 더 밀도 있게 해내려고 했다. 일을 열심히 하는 충성스러운 직원이어서가 아니라 인스타툰의 소재가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일을 열심히 했다. 어쨌든 인스타툰을 그리는 것도 일이니, 충성스러운 직원인가? 나서서 이것저것 해보고 회사 동료들과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사람에서 소재를 얻을 때도 있었고 출판사라는 공간에서도 소재를 얻었고 일 그 자체에서도 소재를 얻었다. 

자연히 회사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됐다. 인스타툰 이야기하며 동료들과도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 가장 좋은 점은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은 단순히 ‘우리 책 좋아요. 사세요.’ 하는 마케팅이 아니다. 독자들의 마음과 관심을 끄는 콘텐츠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걸 올려도 된다고요? 하고 쫄았던 마케터는 이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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