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에 내가 몇 개쯤 있는지 나도 잘 모른다. 가끔 보면 다중인격 같기도 하고 사람이 다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새로 오픈한 스포츠센터 연간회원을 등록했다. 의욕이 앞서고 팔랑귀인지라 뭘 해도 한두 달을 등록한 적이 없다. 모든 수업을 들을 수 있고 월별 등록에 비해 할인율이 50% 정도 되니 내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본전을 뽑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누구나 시작은 그렇다. 내가 줌바라는 낯선 세계에 발을 내디딘 이유다.
나는 태생이 몸치다. 사람들 앞에서 몸을 흔드는 행위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의 단점을 들키는 것을 너무나 부끄러워하기 때문이다. 스피닝 수업을 하기 위해 센터로 간 날 갑작스러운 강사의 휴강 소식을 전해받지 못했다. 그냥 집으로 돌아오기가 아쉬워 수업 시간표를 확인하니 줌바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에 줌바는 살이 많이 빠지는 운동으로 방송에서 막 알려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한참을 고민하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새로 문을 연 곳이라 그런지 모두들 서로 눈치를 보면서 쭈뼛거리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자 정말 멋진 몸매와 옷차림의 강사가 들어왔다. 그녀의 파이팅과 외모에서 아우라 같은 것을 느꼈다. 신나는 음악에 유연하고 절도 있게 움직이는 그녀에게 나는 한눈에 반해버렸다. 그러나 웬걸. 신나서 춤추는 이는 그녀뿐이었다. 다들 나와 같은 처지인지 구석으로 구석으로 몸을 숨기기 바빴다. 수업의 텐션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강사가 안쓰러웠다. 직업병인지 동업자의 마음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객기를 부리듯 그녀와 함께 소리를 지르고 방방 뛰었다. 오른쪽, 왼쪽도 구분하지 못하며 비틀거렸지만 나의 호응이 그녀에게는 도움이 되었나 보다. 강사는 나와 눈을 맞추고 흥이 나 수업을 이어나갔다.
강의실 사람들도 하나 둘 가운데로 모여들었다.
'저런 몸치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딱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서로 몸을 맞대고 춤을 추기도 하고 짝끼리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정말 땀이 많이 나는 운동이었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한 시간이 그렇게 지났다. 수업을 마치고 나가며 강사가 고맙다는 듯 코웃음을 찡긋 보였다. 나는 큰 소리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배우는 입장에서의 부끄러움과 가르치는 사람이 느끼는 그것은 아주 다르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수업해도 듣는 학생들이 반응하지 않으면 난감하고 속상한 마음이 든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무리 안에서 리드하는 누군가가 필요함을 느꼈다. 늘 주변에서 맴도는 나였지만 상황에 따라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스러웠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똘끼의 발동이 의미 있는 날이었다. 내 안에 잠자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단정 짓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는 어떤 일이든 닥치면 해내는 기적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