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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H Feb 13. 2024

나쁜 선택/결정이란 없다

알기까지 20년이 걸린 삶의 진리

오래된 사진 한 장


 "나쁜 선택/결정"이란 없다. 이 진리를 기까지, 나는 20년이 걸렸다. 어려서부터 지기 싫어했고, 실수를 용납하지 못했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또' 나쁜 선택/결정을 했다고 자책했다. 그렇게, '나'를 향한 화가 쌓여서, 어느 틈엔가,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가 나를 짓누르게 했다.


 구태여 변명하자면, 나자마자 학습한 피해 의식이 내면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피부색이 다른 사람으로서, 무시받지 않으려면, 네 할 일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히 할 줄 알아야 해."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나를 그보다 불행하게 할 '주문'도 없었다.


 무엇이 나를 그 굴레에서 벗어나게 했는지는 확실히 모른다. 하지만, '시간'은 분명, 필요했다. 그 어떤 아름다운 이야기에도 끝이 있듯, 선택의 시간도 지나가기 마련이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바로 거기서부터 시간선은 다시 이어진다. 한참을 지나, 어제를 돌아보면, 나를 "한심하게" 보이게 했던 어제의 선택/결정이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나'라는 사람을 깎아내리기에는 한참 부족한 하나에 불과했음을 깨닫는다. 나는 내 실수보다 큰 사람이다. 실수로부터는 배우면, 된다.


 과거의 내게는 뭇 선택/결정을 위한 그때의 이유가 있었고, 오늘 내가 하는 선택/결정에는 오늘의 이유가 있다. 언제나 내 가치관에 따라, 정직하게 이유를 댈 줄 알면, 충분하다.


 너무 부끄러워서 떠올리기조차 두려운 기억이 있고, 잠시 생각만 해도, 이내, 미소를 짓게 하는 기억이 있다. 우리는 후자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자신을 밀어붙이지만, 사실, 전자도 후자도 모두, 내 '얼굴'이다.


 무관심, 망각, 편집 따위로 "나쁜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우리는 마침내, 우리 과오와 당당하게 마주할 때, 한 뼘 성장할 수 있다. 거기에는 성장의 자양분이 되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용감해지자. 그리고, 그 무엇도 후회하지 말고, 크고 작은 선택 하나하나가 쌓여서 만들어진 오늘의 나를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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