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계, 변하지 않는 단 하나

2026년 4월 — AI와 전쟁과 오일쇼크 사이에서 길을 찾는 이야기

by David Han

세계를 읽는 법 — 시리즈 1편 / 흔들리는 세계, 변하지 않는 단 하나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태도를 선택할 자유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빼앗길 수 없는 마지막 자유다."

— 빅터 프랑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주유소 앞 숫자판이 또 바뀌었다.


어제보다 40원이 올랐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중동의 화염과 AI가 대체한 직업 목록이 번갈아 흘러내린다.


나는 잠시 차 안에 앉아 생각했다.


이 혼돈 속에서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라도 있을까? 그리고 이내 알았다. 있었다. 항상 있었다. 다만 나는 너무 오래 바깥만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01 — 바다 건너의 위기가 내 책상 위로 오기까지


미이란 전쟁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나는 멀리 있는 일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사흘이 지나지 않아 물가 알림이 울리고, 거래처에서 단가를 다시 협의하자는 연락이 왔다. 공급망이 흔들리고, 환율이 출렁이고, 아이 학원 앞 분식집도 가격표를 새로 붙였다.


세상은 이미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나만 그 연결의 충격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2026년의 봄은 유독 소란하다. AI는 매일 인간의 영역 하나씩을 접수하고, 유가는 배럴당 기록을 경신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안정이라는 감각은 조용히 균열 중이다. 이건 뉴스 속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나의 이야기다.


WEF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 2026 — 전 세계 비즈니스 리더 74%가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기술 대전환의 동시 충격"을 향후 2년 내 최대 위협으로 꼽았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은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다. 시대가 만들어낸 구조적 감각이다.


나는 지난 삼십 년간 사람과 조직의 성장 현장 한가운데 있었다. 외환위기도, 금융위기도, 코로나도 그 안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매번 확인한 게 있다. 위기가 닥쳤을 때 먼저 무너지는 건 자원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방향을 잃은 사람이었다. 나침반이 없는 배는 폭풍을 만나기 전에 이미 표류 중이다.


02 — 인공지능도 예측하지 못한 인간의 변수


AI는 놀랍도록 빠르게 학습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삼키고, 패턴을 발견하고, 우리보다 빠르게 답을 내놓는다. 나는 그 능력을 경외한다. 진심으로. 하지만 내가 만난 어떤 모델도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당신 대신 답해주지는 못한다.


데이터는 과거를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미래를 선택하는 것은 여전히 당신이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드는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알 수 없는 것 앞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다."

— 빅터 위고


내 주변에 한 지인이 있었다. IT 업계에서 20년을 일했고, ChatGPT가 등장했을 때 그는 깊은 패닉에 빠졌다. 자신의 직무 전체가 대체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었다. 밤새 뉴스를 뒤지고, 커뮤니티 글을 읽고, 불안을 불안으로 채웠다. 그런데 여섯 달 후, 그는 그 AI를 도구로 쓰며 오히려 세 배의 아웃풋을 내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버텼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나는 이 일을 왜 하는지를 다시 물었어. 그 답을 찾고 나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가 보이더라고."

변화는 사람을 쓸어가지 않는다. 방향을 잃은 사람을 쓸어간다. 그가 버틴 것은 기술 능력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이 왜 이 일을 하는지, 어디를 향하는지에 대한 내적 확신이 그를 붙잡고 있었다.



03 — 통제할 수 없는 것들 속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것


2,000년 전, 노예 출신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했다. "네 것이 아닌 것에 에너지를 쓰지 마라. 네 것을 잃지 마라." 그는 평생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로마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가 되었다. 그 비결은 단순했다. 통제할 수 없는 것과 통제할 수 있는 것을 칼같이 구분했다는 것이다.

유가는 내 것이 아니다. 전쟁도, AI의 발전 속도도, 환율도 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 내가 무엇을 배우는지,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나 자신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아침에 눈을 뜨며 어떤 마음을 선택하는지—이것들은 내 것이다.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진짜 내 것이다.


심리학자 Martin Seligman의 '학습된 낙관주의' 연구 — 위기 앞에서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의 공통점. 그들은 낙관적인 척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냉정하게 구분할 줄 알았다. 구분 자체가 에너지를 만든다.


혼돈의 시대일수록 우리는 통제 불가능한 것에 시선을 빼앗긴다. 뉴스를 끄지 못하고, SNS를 떠나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안전감을 구걸한다. 그러는 동안 정작 통제 가능한 것들—내 루틴, 내 관계, 내 성장, 내 태도—은 조용히 방치된다. 우리는 불 꺼진 남의 집 창문을 바라보며 정작 내 집 안을 어둡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04 — 위기의 시대, 오히려 단단해지는 사람들의 비밀


나는 숱한 위기 현장을 지켜봤다. 그 속에서 오히려 성장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환경이 바뀌었을 때 "나는 이제 뭘 잃었나"를 묻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내가 새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물었다.


이것은 긍정적 사고의 문제가 아니다. 방향 설정의 문제다. 같은 폭풍도 어떤 배는 좌초하고, 어떤 배는 그 바람을 타고 더 빠르게 나아간다. 차이는 선장의 손에 들린 나침반이다.


"역경은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원래 약했던 것을 드러낼 뿐이다. 그리고 반대로, 원래 단단했던 것을 더 빛나게 한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2026년의 위기는 분명 실제다. 유가 충격은 가계를 압박하고, AI는 일자리 지형을 바꾸고, 지정학적 불안은 공급망을 흔든다. 이것을 축소하거나 외면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그 파도의 크기에 압도되어 키를 놓는 순간, 배는 파도가 데려가는 곳으로 흘러가 버린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키를 쥐는 것은 당신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05 — 파도를 멈출 수는 없지만, 키는 여전히 당신의 손에 있다


결국 이 시리즈를 시작한 이유는 하나다. 거창한 해법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거대한 파도 앞에 선 당신이 완전히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여전히 붙잡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함께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앞으로 스물다섯 편을 통해 이 세계를 읽고, 그 속에서 개인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나눌 것이다. AI 시대의 직무 재설계, 경제 충격을 완화하는 자산 감각, 위기 속 리더십과 관계의 기술, 그리고 불확실성 속에서 중심을 잡는 내면의 힘까지. 독자분들 한 명 한 명의 고민과 좌절 그리고 그 일상 언어를 다른 관점에서 번역하는 작업을 해보고자 한다. 이 글이 독자분들의 하루에 아주 작은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


빅터 프랑클은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다. 그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름도, 재산도, 자유도. 하지만 그는 한 가지를 끝내 놓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선택하는 자유였다.


독자분들은 프랑클보다 훨씬 많은 것이 있다. 선택할 시간이 있고, 배울 도구가 있고, 연결된 사람들이 있다. 세상이 아무리 흔들려도, 당신 안에는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을 찾는 여정을 함께 시작하자.


폭풍우는 언젠가 지나간다. 그 뒤에 어떤 사람으로 서 있을 것인지는—지금 이 순간, 독자 여러분이 결정하는 것이다. 키를 쥔 손이 떨릴 때가 있다. 그래도 된다.


떨리면서도 놓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용기다.


다음 편 예고 — 시리즈 2편


AI 알고리즘보다 정확한 것: 나를 향한 깊은 질문

외부의 혼란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기준을 세우는 법. 데이터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나침반을 찾는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25년 세로운 나만의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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