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고통스럽게 찍어누르는 우울이 아닌,
일상생활은 가능할 정도의 작은 우울.
우울하다고 누구에게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약한 우울.
나는 그런 우울과 매일을 함께 하고 있다.
친구들과 까르르 잘 웃다가도
문득 올라오는 우울은 나를 아래로
또 아래로 끌어내린다.
그렇게 바닥으로 끌어내려져
잠시동안 멍하니 있다보면
다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만 회복이 된다.
우울감에 익숙해진다는 소리.
이 회색빛의 거머리는 평생 떨어지지 않겠지.
행복하기만 해도 모자를 순간에
너는 또 나를 괴롭히겠지.
그렇다면 우울아, 내가 너를 친구로 받아들여볼게.
누구보다 가깝고, 나의 감정이 죽지 않았음을
증명해주는 친구로 말이야.
그러니, 부디 나를 아껴줄래?
너무 많이 괴롭지 않게,
행복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