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다.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라는 뜻.
평범한 집안, 평범한 재능, 평범한 성격. 평범한 외모. 그 어느 것 하나 눈에 띄는 점이 없어 보이는 나. 누구는 평범함이라도 갖춘 것도 복이라고 한다. 하지만 특별함을 선망하는 나는 그 평범함의 굴레가 너무도 싫었다. 화려하게 채색된 사람들 속에서 어떠한 색도 갖추지 못한채, 자신만의 색을 가진 그들을 부러워했다.
어린 시절 좋아하는 게 없었던 건 아니다. 틈만 나면 방과후에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고 연습실을 빌려 마치 아이돌인 마냥 춤을 췄다. 케이크나 쿠키처럼 멋스럽게 데코된 디저트을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베이킹을 하기도 했다.
그러한 예체능 활동에 재미가 붙어 어느 순간에는 가수나 파티시엘이 되고싶었던 적도 있다. 무대에서 반짝이는 가수처럼 노래하고 춤을 추고, 만화 꿈빛 파티시엘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그랑프리 대회에서 우승하는 상상을 몇 번이나 했는지. 하지만 그때의 내가 너무 나약했던 탓일까. 주변에 재능이 넘치는 사람들, TV 속에서 천재소리를 듣는 이들과 다르게 한없이 평범한능력을 갖춘 스스로가 초라해지기 시작했다. 압도적인재능의 격차에 노력을 해야겠다는 의지조차 꺾였고 그렇게 나는 꿈을 포기해버렸다. 꿈을 쫓는 마음조차 참으로 평범했다.
그 후로는 허송세월 누워있거나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만 했다.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야가 생겨도 ‘어차피 나는 재능이 없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느날이었을까. 무엇도 욕망하지 않은채 하루하루를낭비하는 삶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주변 친구들은 입시를 준비하거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나만 정체되어있었다. 이미 한참 뒤쳐진 나였지만 더 이상 이렇게 살고싶지 않았다. 나의 마음에 작은 불꽃이 피어오른 순간이었다.
불꽃이 처음으로 태웠던 것은 공부였다.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았지만 공부는 남다른 재능이 없어도 노력을 부으면 눈에 띄는 성장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실제로도 그런 사례들이 넘쳐났었으니까.
당연히 큰 기대는 안 했다. 이제껏 놀았던 세월이 있었기에 벌어진 격차를 한 번에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안 했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이리저리 튀는 몸과마음을 눌러가며, 몇시간이고 며칠이고 몇달이고 앉아서 공부만 하는 거였다. 결과가 어떻게 되는 상관없이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해치워나갔다.
공백의 시간을 채워나가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덕택일까. 고등학교 3학년 막학기 성적표에 전교3등이라는 등수가 굵게 적히게 됐다. 잠깐이라도 특별한 사람이 된듯한 느낌은 지독히도 달았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각별한 기량없이 맨 몸으로 무엇이든 부딪혀보는 습관을 갖게 된 것이.
그 습관 덕에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좋은 성적을 여러번 거머쥐었고, 도전하고 싶은 분야에는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좋은 결과을 얻어내었다. 결코 내가 특출난 능력이 있어서 얻은 결과들이 아니라 순전히 온 마음과 노력을 쏟아내서 얻은 것들이었다.
그렇게 살아온지 2년이 지난 지금. 그때는 몰랐던 것들을 깨닫기 시작했다. 재능이 넘쳐보이는 사람들도 사실은 엄청난 노력 끝에압도적인 능력과 성공을 거머쥐었다는 것. 어느정도의 타고난 기량이 있었을진 몰라도 결국 그들을 높은 자리까지 데려다준 것은 노력이었다. 실제로도 어느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노력했던 시간이 매우 길었다고 한다.
그렇다 그들의 능력과 성공은 결코 재능 때문만은 아니었다.
평범하다.
나는 이제 이 말을 들어도 괜찮다.
노력의 시간이 언젠간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줄 거니까
.
결과가 여전히 특색없더라도 버틸 수 있다.
재능인들처럼 반짝반짝 빛날 수는 없어도 연약한
빛이라도 내뿜으려는 스스로가 대견스러워졌기에.
나는 앞으로 언제고 몇번이라도 노력할 거다.
비록 그 노력조차 지극히 평범할지언정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