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들에게 재즈를 뭐라고 설명해요?

서울숲재즈페스티벌 2025 [공연]

by 지구로


재즈를 뭐라고 설명해요?


재즈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영상이 하나 있다. 바로, 엘라 피츠제럴드와 멜 토메가 펼쳤던 스캣(scat) 무대. 그들은 “사람들에게 재즈를 뭐라고 설명해요?”라는 추상적인 질문을 던지고는 갑작스럽게 노래를 시작한다. 대화에서 맥락 없이 시작되는 그들의 즉흥 노래는 마치 합을 맞춘 듯 흘러간다. 밴드 세션, 관객들의 박수 그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 공간을 채운다. 내가 재즈를 좋아해서 찾아본 것은 아니었고, 만화가 주호민이 해당 영상을 패러디한 숏츠가 알고리즘에 나타났었다. 웃기면서도 중독적인 멜로디 탓에 자연스럽게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찾아보았고, 들어보니 또 거슬리는 부분 하나 없이 편안하고도 부드러운 흐름이 마음에 들어 종종 틀어놓고 낮잠을 자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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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재즈 페스티벌. 규모가 큰 축제인 것은 알았지만 어떤 분위기인지는 잘 몰랐다. 지금까지 가본 콘서트와 비슷한 느낌일까, 서울숲에서 진행되는 거라면 조금 다를 것 같긴 하네. 이런 생각을 하며 처음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 서브 스테이지로 향했다. 사람들은 돗자리에 삼삼오오 앉아 대화를 나누고, 누워있고, 책을 읽고, 간식을 먹는 등 여러 유형이 있었다. 무언가 특정되지 않은, 그냥 지금 이 환경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 같았다.



자유로움이 만들어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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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스캇재즈유닛 밴드가 마지막 곡을 흥겹게 진행하던 도중 관객들에게 앞으로 나오길 유도하자 뒤에서 가볍게 노래를 즐기던 사람들이 모두 앞으로 나섰다. 무대 앞은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그들은 모두 손에 작은 촛불을 흔들며 뛰기 시작했다. 난 친구와 돗자리 위치 그대로 서서 양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스캇재즈유닛이 알려준 율동 같은 귀여운 춤을 모두가 추고 있었다. 금방 어두워진 저녁을 무대 조명과 사람들의 열기가 꽉 채워 빛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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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공연은 메인 스테이지에서 이루어진 이소라의 시간이었다.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자리를 바로 잡지 못하기도 했고, 체력도 많이 고갈된 상태였어서 무대와 조금 떨어진 위치의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노래를 들었다. 무대를 앞에서 못 본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오히려 이 점이 서울숲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의 특별한 점으로 느껴졌다. 멀리 떨어져서, 자유롭게 음식을 먹으며 좋아하는 가수의 라이브를 들을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좌석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그 자리를 벗어나도 문제가 아무것도 생기지 않는다. 바로 이 자유로움이 서울숲 재즈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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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은 무대와 관객, 공간과 시간이 즉흥적으로 어우러져 하나의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어 냈다. 누군가는 무대 앞에서 뛰고, 누군가는 돗자리에 누워 책을 읽고, 또 다른 누군가는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노래를 들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재즈를 만났지만, 그 자유로운 순간들은 결국 하나의 거대한 합주처럼 어우러졌다. 그래서 이 축제는 화려한 공연보다, 오히려 사람들의 순간순간을 빛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글로 이루어지는 설명보다는 즉흥에서 보여주는 노래로 더 와닿는 재즈처럼, 그저 느끼고 흘려보내면 충분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재즈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무대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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