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어느 고급 아파트에서 국공립어린이집을 이른바 '혐오시설'로 규정하며 단지 내 설치를 반대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들이 이것을 반대하며 어린이집을 찬성하던 아이의 부모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감을 느꼈지만 동시적으로 나는 예전에 내가 썼던 '나선형의 외길로 된 도서관'을 떠올렸다. 난 이 글을 썼을 당시에도 완성된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고 썼는데, 왜냐면 이 도서관은 s동이라고 하는, 비교적 균질한 라이프스타일과 생활수준을 가진 주민들로 구성된 동네에 만들어진 시설이기 때문이었다. 분명 내가 그 순간 느낀 것은 아름다움이었고 나는 내 스스로가 가까스로 발견해낸 아름다움을 계속 이어보고 싶었기에 일단 기록해두었으나 이 지점은 분명히 마음에 걸렸다.
s동은 y시에서 평수가 가장 넓은 편에 속하는 아파트들이 밀집되어 있고, 집값도 y시에서 거의 가장 비싼 수준이며 정치적으로도 가장 보수적인 성향의 동네인데 지하철과 직통고속도로 등등 여러 면에서 윤택한 인프라와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조용한 동네이다. 한때 동네 입구에 장애인 아동을 위한 특수학교가 설립되기로 했으나 동네주민들이 똘똘뭉쳐 결사반대했고, 결국 이 학교는 다른 동네의 산골짜기에 건립되었다. 그 이전에는 인근 학교에 재학중인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어느 단지의 뒷길을 이용하다가 단지주민들이 단지 내 분위기를 흐린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출입을 금지시킬 것을 사무소 측에 요구하여 출입문은 폐쇄되었고, 학생들은 이 단지를 돌아서 다른 길을 이용해야 했다.
동네 주민들은 각자의 지점에서 '조용하고 아늑한' 환경을 얻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각자의 즐거움과 희노애락을 누리고 있으리라고- 외지인의 침입을 걱정할 필요 없이 정갈하고 고요하고 아늑한 공간. 이것이 바로 삶의 행복이고 아름다움의 기본 조건이다, 라고 동네 어디선가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런가? 사람들이 끊임없이 결사반대하고 있는 '혐오시설'들은 어디로 가는가. 어떤 시설의 '혐오감'은 무엇에 대한 것인가. 무엇을 교란시키는 건가? 그것으로 '잃는' 것은 정확히 뭘까. 그것은 영원히 잃지 않아야만 할 절대적인 것인가? 이것들을 제거함으로써 얻는 것은 아름다움이 맞는 걸까? 난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 벌어지고 있는 참극이 바로 지금 이 순간 한국에서,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느꼈다. 끊임없이 배제함으로써 얻어낸 그 아늑함은 정말 아름다움이 맞는 걸까 광장의 이편과 저편에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지만 그것은 같은 종류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분별하고 있을까?
도서관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의 복장은 허름했고, 몸의 어디선가 청국장 같은 냄새도 풍겼다. 그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서가를 돌아다닌다. 검색 컴퓨터의 자판을 아무렇게나 눌러대기도 한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도서관은 조용하지 않고 끊임없이 술렁거렸다. 누군가가 나타나 얘기를 속삭이고 어떤 사람은 대놓고 큰 소리를 내기도 한다. 여자가 에어팟을 꽂은 채 무언가를 입으로 쉐도잉하고 있다.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어떤 노인이 휴대폰 스피커로 유튜브 같은 것을 틀어놓은 채 지나갔다. 도서관의 누군가가 그에게 찾아와 유튜브를 꺼달라고 했다. 잠깐의 실갱이가 이어졌으나 결국 소리가 꺼졌다. 하지만 다시 누군가가 이어폰도 없이 뭔가를 틀어놓고 있을테지. 통창으로 들어오는 채광은 일정하지 않고 가끔씩 어두웠다 밝았다를 반복한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 자판을 두들기는 소리, 책의 위치를 묻는 소리- 소리만큼 유동적인 냄새들- 멀끔한 정장의 복장을 하고 초조감으로 가득한 사람부터 철지난 야심으로 똘똘 뭉친 넝마주이까지-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쓰레기를 줍는 사람 끊기지 않는. 불현듯 끓어오르는. 순식간에 식어내리는. 없음과 있음. 꺼짐과 켜짐. 통제와 방치. 계속.
아름다움은 정지된 화면이나 박제가 아니며,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보답처럼 내려오지도 않으며 의도한대로 성취되는 것도 아니다. (일단은) 많은 경우 아름다움은 돌발적으로 직면할 때가 많았다 그것들은 미세하지만 추상같이 단호했다
아름다움을 작정했다면 추호도 게을러서는 안 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