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일상이 우리 스스로를 구원하리라는 것을 믿고 있다. 슬픔과 환희의 감정만을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살아있는 일상이란 내부와 외부 사이의 관계기에,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도 알고 창피함도 알고 미안함도 아는 것. 무안함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실패한 다음에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부끄러울 수도 있다는 걸 알고 남의 실패를 모른 척할 줄도 아는 것.
그리고 비참함을 알 때 구원을 느낀다. 이센스가 랩을 맡았던 프라이머리의 '독'이라는 노래의 가사 중에 '급히 따라가다보면 어떤 게 나인지 잊어가 점점'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한동안 잘못 알아듣고 '그 빛 따라가다보면 어떤 게 나인지 잊어가 점점'이라고 이해하고는 너무나 황홀하고 탁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었다.
빛은 언제나 나에게 중요한 소재였다. 모든 걸 다 비추기에 아름답게도, 아름답지 못하게도 만드는 빛. 그래서 항상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던 빛. 탐스럽고 환했던, 어둠을 알지 못하는 듯 했던 그 빛. 빛 앞에서 서면 나는 창피해지고, 어느 순간 나를 알지 못하게 되었던. 빛은 빛으로서가 아니라 빛을 통해 나의 비참함을 보게 함으로써 나를 구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