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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빼이 Aug 04. 2022

초빼이의 노포 일기 [전남 담양 승일식당]

현지인들도 찾아가는 전라도식 숯불 돼지갈비의 보고

외지인의 눈으로 볼 때, 전라도 지역 고깃집에 가면 발견할 수 있는 조금 특이한 점이 있는데, 이 지역 고깃집에서는 돼지갈비나 돼지구이를 별도의 공간에서 구운 후, 접시에 올려 손님에게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미 널리 알려진 광주의 쌍교 숯불갈비나 나주의 송현 불고기와 같은 식당도 이런 방식으로 음식을 내고 있고, 조금 더 범위를 확대하면 전남 해남의 천일식당과 같은 곳도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어쩌면 이런 점이 전라도식 고기구이의 특징이라 할 수도 있겠는데(물론 손님이 직접 굽는 곳도 많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해오는 전라도 식당 특유의 문화가 아닐까 추측한다. 

뭐 아무렴 어떠랴. 

자고로 고기는 남이 사주고, 남이 구워주는 고기가 젤 맛있으니 이런 관점에선 기분 나쁘지 않은 방식인 듯하다. 


얼마 전 방문한 담양은 도시의 규모에 비해 꽤 오래된 식당들이 많은 편이다. 특히 담양식 떡갈비집 중 '신식당'이나 '덕인관'은 각각 100년과 60년의 업력을 가진 곳이라 하니 굉장한 노포들을 품고 있다. 담양에는 떡갈비 외에 또 다른 고기 음식이 유명한데 바로 돼지갈비가 그것. 

보통 이 지역 사람들은 '떡갈비는 외지인들이 찾는 음식이고 현지인들은 돼지갈빗집을 찾는다'라고 한다. 

그중 유명한 돼지 갈빗집들은 광주까지 진출한 '쌍교 숯불갈비', 수북회관, 그리고 승일식당' 등을 손으로 꼽는다.     

     

어슬렁 거리듯 차를 끌고 담양 시내를 돌아다니며 고민한 끝에 선택한 집은 바로 숯불 돼지 갈빗집인 승일식당. 담양 떡갈비는 이미 오래전에 맛본 적이 있기도 하거니와 담양을 방문하기 전 인터넷으로 주문한 승일식당의 돼지갈비를 집에서 먹어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 본점을 찾아보고 싶었던 욕심이 앞서기도 했다. 


번화한 담양 신시가지를 지나 죽녹원으로 가는 길에 담양의 구도심이 있는데, 그 구도심 중간에 승일 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 몇십 미터 앞에서도 '저곳이겠구나'라고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웨이팅 줄이 길어 인지하기 쉬웠고 무엇보다도 숯불에 돼지갈비를 굽는 냄새가 도로에 가득 차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은 편.


이 식당에서는 돼지갈비가 유일한 메뉴이기 때문에 주문에 고민할 필요는 없다. 

식당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몇 인분 시킬 건지 묻는 말이 주문의 전부. 대낮부터 돼지갈비에 소주를 기울이는 지역민들과 관광객들이 여럿 보인다. 이미 식당 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소주를 주문해야겠다는 생각은 자연적으로 머릿속에 자리를 잡은 상태. 


여러 명의 직원이 하루 종일 고기를 굽고 있어 주문한 후 고기가 상에 오르기까지의 시간은 몇 분이 채 되지 않는다. 하얀 접시에 올려진 고기가 상에 오르자마자 잘 발라진 양념이 불에 타면서 내는 매혹적인 불향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이미 옆자리엔 이 지역분인듯한 부자가 소주 한 병을 놓고 낮술을 하고 있다. 논일 나갈 때 반드시 써야 될 것만 같은 녹색 모자와 밀짚모자도 테이블 위에 올려져 상을 거들고 있는 느낌.   



고기는 갈비뼈가 붙은 부분과 삼겹 부위가 혼합되어 나온다. 뭐 갈비도 한정이 되어 있으니 순수 100% 갈비 부위만 제공할 수 없는 사정은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니. 정말 잘 구워진 고기를 들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면 그때부터는 끊임없는 젓가락질의 무한반복. 고기 접시가 순식간에 바닥을 보이는 게 정말 몇 년간 고기 한점 못 먹어본 사람 같은 느낌마저 든다. 


바로 추가 2인분 주문. 

'고기는 흐름이 끊어지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공깃밥을 별도로 주문한다. 공깃밥이 도착할 때쯤 주문한 고기도 도착. 


누군가 한국의 음식점에서 가장 매력적인 씬이 뭐냐고 묻는다면 난 언제나 '하얗게 김이 오르는 따뜻한 흰쌀밥 위에 잘 구워진 고기 한점 올리고 입 안에 넣는 장면'이라 말하고 싶다. 이 집의 고기가 그 장면에 딱 적합한 것 같은데 양념도 너무 과하지 않아 흰쌀밥과 너무 잘 어울린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처럼 다시 달리기 시작.


게다가 이 집에서 내는 밑반찬들도 정말 손맛 좋은 분이 만들어 낸 듯 너무나 입에 맞다. 특히 전라도식 김치가 좋았는데 고기 한 점에 김치 한 조각 올리고 먹어도 정말 매력적인 맛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식당들은 역시 다르구나 탄복하게 되는 지점. 



가게 입구 쪽에는 고기를 굽는 별도의 장소가 있는데, 길게 한쪽 벽을 채우고 있는 긴 화로에 여러 명의 직원들이 앉아 하루 종일 고기를 구워내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주문한 고기를 금세 내놓을 수 있고,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들어와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듯하다. 


이런 화로는 해남의 노포로 개업한 지 100년 가까운 떡갈비 전문점 천일식당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오랜 시간의 고민과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경험의 공유가 아닐까 추측할 수 있다. 역시 이 식당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전엔 300g이 1인분이었다는데, 요즘은 200g으로 바뀌었다는 것. 아무래도 인건비 상승과 물가 상승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가격을 올리기는 것은 부담스러우니 만들어 낸 합리적인 가격 인상책이 아닐까 한다. 



다음번에 담양에 오게 되면 수북회관을 들려봐야 할 듯. 담양에서는 승일식당과 수북회관이 쌍벽을 이루는 돼지갈빗집이라 하니 숙제로 남겨놔야 할 듯하다. 


 [메뉴추천]

1. 1인 방문 시 : 혼자 온 분은 없더라. 그러나 나라면 숯불 돼지갈비 2인분 + 소주

2. 2인 이상 방문 시 :  우선 돼지갈비 2인분 + 소주 + 이후 사람 수에 맞춰 고기 추가

* 개인의 취향에 의한 추천이니 절대적인 것은 아님. 적어도 사람 수만큼은 주문해야 도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추가 팁]

1. 주차장은 가게 뒤편 전용 주차장이 넓게 있다. 

2. 돼지갈비는 식는 걸 염려해 2인분 정도 먼저 주문하고 추가하는 걸 권한다. 

3. 김치 맛은 꼭 보시도록. 굉장히 매력적인 맛을 가진 전라도식 김치이다. 

4. 수북회관과 담양식 숯불 돼지갈비의 양대 지존으로 꼽힌다니 참고하시길

5. 걸어서 죽녹원까지 갈 수 있다. 뒤편(주차장 쪽)에 분위기 좋은 카페도 있음. 커피맛 나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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