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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빼이 Jul 28. 2022

초빼이의 노포 일기 [부산 서면 마라톤집]

오늘은 여기서 달리자. 밤이 새도록

서면은 외국인이나 관광객들에게는 조금은 낯선 공간이지만, 부산 토박이들에게는 부산 제일의 번화가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마치 서울의 명동처럼 많은 백화점과 호텔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사이사이로 다양한 음식점과 쇼핑가가 복합적으로 몰려있는 장소. 


지하철 서면역에서 내려 많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골목 어귀 어디쯤에 서면, '마라톤집'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장소를 만나게 된다. 가게 상호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그런 집.
아주 오래전 이곳이 20석 정도의 작은 가게일 때 밖에서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다 '마라톤 합시다'라고 외치면 가게 내부에서 술을 마시던 손님들이 '마라톤 선수 손기정'의 빠른 페이스처럼 빨리 먹고 나서야 했다는 그런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집. 결국은 이 집이 가지고 있던 독특한 '서사'가 가게의 상호이자 대표 메뉴의 명칭으로 굳어버렸다고 한다. 



내가 처음 이곳을 찾은 것은 30여 년 전쯤이었는데, 당시 부산에 살던 대학 선배를 찾았다가 함께 술을 마시러 갔던 곳이었다. 요즘처럼 외식업이 활발하지 않아 외식 메뉴에도 다양성이 부족했던 그 당시, 오뎅탕을 시키면 함께 나오던 '스지(소힘줄)'와 '유부 주머니'에 굉장한 호기심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때는 이런 게 '어른의 맛 또는 음식'이라 느꼈던 것 같다. 이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런 비주얼과 구성에 일반 포장마차나 분식집의 어묵 국물과는 다른 차원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던 음식이었다.      


요즘의 오뎅탕은 예전 기억 속의 그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지금은 음식의 형태와 비주얼이 굉장히 세련되었다고 할까? 예전에는 큰 대접에 국물과 내용물을 직접 담아서 바로바로 떠 줬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은 조금은 준비된 음식이 되어 버린 느낌?(기억이 확실치는 않다. 너무 오래전이라) 

아무려면 어떠랴. 그 깊은 국물과 유부주머니는 아직도 풍성한 국물을 머금고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고, 맛은 예전보다 더 깊어진 듯 시간을 함축하고 있으니. 


1. 부산은 일본인 관광객이 많아 메뉴판에 일본어가 있는 곳이 많다. 2. 오뎅탕의 원래 이름이 일본식 오뎅탕이었다. 3. 유부주머니는 꼭 먹어볼것. 4. 오뎅탕 국물이 예술이다


마라톤 집은 1959년 창업을 했으니 벌써 60년이 넘은 노포가 되었다.    

이 집의 시그니쳐 메뉴는(이 집의 메뉴 다 괜찮지만) 오뎅탕과 해물 부침(마라톤), 해물야채볶음(재건) 등이 있다. 거의 30여 년이 흐른 후, 지금은 한국에 없는 그 선배 대신 나와 함께 '살아주고 계시는' 마누라님이 반대편 자리에 앉아 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마라톤집은 서면의 대표적인 맛집이자 술집으로 자리 잡았고, 예전 좁았던 가게는 건물 1,2층을 함께 쓸 정도로 양적 성장도 함께 이뤘다. 그리고 부산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로만 가득 채웠던 공간이 이제는 팔도의 사투리를 쓰는(서울말 포함) 사람들로 채워졌다. 많은 방송과 '식객'이라는 만화에서도 다루다 보니 이제는 전국구 맛집이 되어 버린 것. 나도 우연찮게 이곳을 다시 기억에서 끄집어낼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좋아하는 푸드 칼럼니스트 선생님의 단골집으로 SNS에서 자주 보면서였다.    


해물부침 = 마라톤


 이제는 '마라톤 합시다'라고 외칠 필요도 없고, 박정희 시대의 유산인 '재건'이라는 단어도 강조하지 않아도 되지만 부산에 여행을 가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초빼이'들의 성지가 되어 있다. 


적어도 내겐 '부산 서면=마라톤 집'이라는 공식으로 기억에 남아 있기에. 


예전엔 1층의 저 바(bar)자리에서 술을 마셨던 기억이 있다.

[메뉴추천]

1. 1인 방문 시 : 일본식 오뎅탕 + 소주(또는 소맥) 

2. 2인 방문 시 : 일본식 오뎅탕 + 해물 부침 또는 해물야채볶음 + 소주(또는 소맥)

3. 3인 이상 방문 시 : 2인 방문 시 메뉴 추천 + 그 외 안주

* 개인의 취향에 의한 추천이니 절대적인 것은 아님. 적어도 사람 수만큼은 주문해야 도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추가 팁]

1. 워낙 번화가라 차를 가지고 가기는 조금 힘들다. 게다가 부산 운전이 전국에서 알아주는 운전이라.   

2. 인근 공용 또는 민영 주차장이 있으나, 차를 놓고 가기를 추천. 

3. 부산 롯데호텔, 롯데 백화점 등 다양한 쇼핑도 가능하다. 부산진구에서 추천하는 '부산근대산업유산 추억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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