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미 암환우 수기
내 마음은 상처로 곪아가고 있었다.
신생아 배냇머리처럼 머리카락이 새로 나기 시작하고,
항암 부작용이 점점 없어져 미각도 돌아오기 시작하고
일상생활로 한 걸음씩 나아갈 준비를 내 몸은 시작하고 있는데,
내 마음은 상처로 곪아가고 있었다.
언제까지 환자취급을 해달라는 건 아닌데 말이다.
아주 작은 말과 행동들이 내게 너무 나도 큰 상처로 다가와 마음과 정신이 썩어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인터넷은 놓지를 못해서 또 하릴없이 검색 또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나라에서 시행하는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항암 이후 불면증과 우울증세로 유방외과에 협진요청하여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었으나,
대학병원 진료 특성상, 약처방 위주의 몇 분 컷 진료에 아쉬움이 많았었다.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심리상담소를 생전 처음 용기 내어 가보았으나
1회당 10여만 원의 상담비가 부담되어 4회 정도만 진행하고 더 이상 가지 않았던 터였다.
마음투자 지원사업은 1년에 최대 8번의 심리상담을 최소한의 자부담으로 지원해 주는,
나에게 너무나 필요한 제도였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차마 털어놓을 수 없었던 내 마음의 이야기를 심리상담을 통해 털어내고,
나라는 사람을 보듬어주는 시간이 되었다.
심리상담에 용기를 얻어, 나는 주민센터에서 하는 프랑스자수 강습을 신청하였다.
똥손이지만 뭐라도 해보자 싶어서 신청한 수업인데,
아뿔싸 몇 년 동안 논스톱으로 수강 중인 아주머니들로만 구성된 고인물 파티였다.
그래도 그런 아주머니들의 특성이 무엇이냐,
젊은 나이에 아이도 없이 유방암 진단받고 어설픈 손으로 프랑스 자수 배우겠다고 온 신입인 나에게
살뜰히 대해 주시고 맛있는 간식으로 매수업 파티를 열어주셨다.
그래도 프랑스자수는 똥손이 극복하기엔 힘들더라ㅎㅎ
다음엔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려고 개인화실에 찾아갔다.
어릴 때부터 만화, 애니를 좋아해서 항상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번지수를 제대로 찾은 듯했다.
약 6개월 동안 아크릴화, 과슈, 수채화, 연필화 등등 그리고 싶은 그림은 마음껏 그려보았다.
지금도 집안 곳곳에 그때의 그림들이 걸려있어 볼 때마다 흐뭇하다.
언제까지고 화실을 다니고 싶을 정도로 만족감이 최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사가 결정되었다.
무려 10년 동안 같은 신혼집에서 살고 있었는데, 옆 동네 좀 더 신축인 아파트로 이사가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결정이 한 달도 안 되어 갑작스레 이루어진 거라,
솔직히 얼떨떨하고 정든 동네를 떠난다는 것이 슬프기도 하였다.
하지만 뭔가 내 인생에 변환점이 온 걸까?
항암하고 컨디션 좋은 날 남편과 천천히 걷기 운동했던 집 앞 호수공원
좋아하는 동네맛집인데 항암 때문에 미각이 사라져서 아무 맛도 못 느껴 엉엉 울던 때
그 모든 좋은 기억 나쁜 기억 슬픈 기억을 뒤로하고 이 집을 떠날 때가 된 것이었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하라고 세상이 나를 등 떠밀어 보내는 느낌이었다.
그리하여 결혼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사라는 것을 하게 되었고
처음 가져보는 내 집, 공들여 인테리어도 해보는 경험을 하였다.
물론, 아직도 밤에 불면증으로 괴로워하고 널뛰기처럼 날뛰는 감정은 여전하며
대출이자 생각하면 빨리 재취업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요즘이긴 하다ㅎㅎ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아마 아프지 않았으면 좀 더 용기 내지 못했겠지.
암환자가 아니더라도 언제 훌훌 떠날지 모르는 이 세상에 아직 내가 해보지 못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소소한 것들 하나하나 도장 깨기 하며 살아가는 것이 내 삶의 목표이다.
암환자가 아니더라도
언제 훌훌 떠날지 모르는 이 세상에
아직 내가 해보지 못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진단일로부터 3년 5개월,
아직 재발과 전이의 불안에 바들바들 떨고 있지만 그동안 더 힘든 것도 잘 버텨왔다.
어쩌면 두 번 다시 복기하고 싶지 않은 시기였다.
하지만 이런 기회에 돌이켜보니 나 자신 참 장했네, 토닥토닥해주고 싶다.
많이 아팠지?,, 그동안 고생 많았어
나 자신 참 장했네,
토닥토닥해주고 싶다.
많이 아팠지?
그동안 고생 많았어
*'백*원'님의 힐링미 암 환우 수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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