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판 위의 반집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백전노장 조훈현에게 어린 기사 하나가 나타나는데 사람들은 그를 천재라 부른다. 이창호. 끈질긴 어린이의 집념에 조훈현은 그를 제자로 거둔다. 그리고 먹이고 가르치고 물을 준다. 자식이다. 그런데 어느새 바둑계를 평정하더니 결국 스승에게 도전한다. 이 칼날같은 낭떠러지에서 스승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둑은 뇌의 스포츠가 아니다.
기세, 감정, 평정심, 논리, 계산, 전략 그리고 멘탈이 하나되어 전진하는 전인적 결투다.
조훈현의 가르침을 자꾸 벗어나는 이창호.
백이면 백 지지않는 바둑을 두려는 그는 정석이 아니지만 완벽을 향한다.
답이 없는게 바둑인데 그에게 답을 요구했던 스승은 반성한다.
그리고 제자를 놓는다. 네 바둑을 찾아라.
이창호의 바둑은 흡사 안세영의 배드민턴을 닮았다.
지지않는 경기. 지지않는다는 건 반드시 이긴다는 것이다.
영화 <승부>는 80년대 담배가 무제한 허용되던 시절, 그 휘청거리는 봄날의 오후 느낌이다. 놀거리가 없던 시절 바둑은 많은 사람들에게 승부의 면모를 가르쳐 주던 빅게임이었다. 거기서 펼쳐지는 사제간의 대결이니 얼마나 이목이 집중되었겠는가. 기원이 사라진 시대다. 숙고는 사라지고 숏폼만 난무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승부>는 잔잔한 마음속에 파문을 일으킨다.
"답이 없지만 답을 찾으려 노력하는게 바둑이다."
"평정심을 잃으면 바둑은 거기서 끝이다."
결국 승부의 세계는 비정하다. 누구하나 나가 떨어져야 경기가 끝나니까. 하긴 그렇지 않은게 세상에 있으랴마는.
조훈현 대 이창호의 대결이지만, 이 영화는 이병헌 대 유아인의 대결로 보인다. 화려한 경력의 이병헌과 자기길을 우직하게 걸어가는 유아인. 그렇다면 두 사람중 승자는 누구일까. 그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