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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도 아닌 제인 Jun 29. 2024

명랑한 명여사의 치매 수첩

1-5. 시어머니는 전국구

올해 팔순인 시어머니는  최종학력이 '국졸'이다

당신 입으로도 그다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고 하신 적이 있으니 상급학교 진학이 없었던 것이 가정형편 때문이었는지 그에 더해 당신의 의지가 있으셨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래도 한글은 꽤나 잘 읽으시고 센스도 좋으셔서 차를 타고 다니면 이정표등을 읽고 곧장 목적지나 현재 위치를 잘 파악하신다

'OO동이네, XX사거리네~~'라고 마치 아는 곳인 듯 얘기하신다


재밌는 것은 과거의 기억이 조금씩 흐려져 갈 때부터 왠지 익숙한 지명이 보이면 꼭 말씀하신다

"나 예전에 여기서 살았는데.."

"나 옛날에 여기서 장사한 거 같은데.."


내가 알기로 시어머니는 고향인 광명 소하동과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하시고 아직도 그 동네에 살고 계신다

딱 한번 처녀 때 목사아들한테 시집가라는 말 듣고 싫어서  동네 아는 언니의 도움으로 그분 친정인 진주로 잠깐 내려가 있었던 때를 제외하고는  거주지가 고향 반경 10킬로미터를 벗어난 적이 없으신 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로를 지나가면 이정표를 보고 '종로네~ 나 옛날에 여기서 무슨 장사한 거 같은데?'

대전을 지나가면 '나 처녀 적에 여기서 잠깐 살았어'라고 하신다


올해 초 팔순 기념으로 목포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는데 역시나 예전에 목포에서 사신 적이 있으시단다.......

목포 고하도에서 보는 유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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