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꿀 신성(新星)인가? 튤립과 같은 버블인가?
재테크 서적에서 얻은 교훈대로 한동안은 본업인 직장 생활에 충실하며 소득을 늘리고 종잣돈을 모으는 데 집중했습니다. 매달 월급의 상당 부분을 저축하고, 불필요한 소비는 줄여나갔습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통장 잔고는 조금씩 불어났지만, 어린 시절 막연히 꿈꿨던 경제적 자유(그땐 한국에 이런 개념조차 없었습니다.)는 여전히 아득하게만 느껴졌고, 가끔은 단조로운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치 폭풍처럼 새로운 시대의 바람이 불어닥쳤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전체를 강타한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었습니다. 온 세상이 비트코인 이야기로 떠들썩했습니다. 주변에서는 비트코인으로 얼마를 벌었다는 '성공 신화'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습니다.
학창 시절, 비트코인이라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거의 무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개당 1~2달러에 불과했고, "그걸로 음지의 물건을 살 수 있다더라"는 식의 이야기와 함께, 그저 인터넷 어디에 떠도는 디지털 쿠폰이나 게임 머니와 다를 바 없는 존재로 치부했었습니다. '저런 가상의 것을 누가 진짜 돈이라고 생각할까?'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에, 한때 가볍게 치부했던 그 비트코인이 개당 몇십만 원을 호가하는 괴물이 되어 있었습니다. 더욱 놀란 점은, 꽤 친하게 지내던 직장 동료 하나가 바로 그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이미 투자 원금의 몇 배를 불렸다는 사실을 직접 전해 들었을 때입니다. 그는 마치 새로운 세상의 비밀이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된 목소리로 자신의 성공담을 늘어놓았고, 그 눈빛은 '너도 어서 이 기회를 잡아!'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귀여운 금액이지만, 그 당시엔 저 가격조차 거품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또한 현재의 가치관에 가장 영향을 끼친 사건이기도 합니다. 그 당시엔 비트코인이 현재와 같은 가격에 도달할거라는 말을 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정말 전 세계에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음속에서는 여러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저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하는 순수한 놀라움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몇 년간 힘들게 회사 일을 하고,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참아가며 한 달에 고작 몇십만 원을 더 모으려고 애쓰던 모습과 너무나도 극명하게 비교되었습니다. 누군가는 그저 컴퓨터 앞에서 손가락 몇 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일로, 몇 년을 꼬박 모아야 할지도 모를 큰돈을 단 하루, 혹은 몇 시간 만에 벌어들이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엄청난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강렬한 유혹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마치 신기루처럼, '쉽고 빠르게 큰돈을 벌 수 있는 꿈의 기회'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강렬한 유혹 앞에서 섣불리 행동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못했습니다. 한때 '쿠폰 쪼가리'로 여겼던 것이 갑자기 엄청난 가치를 가지게 된 현상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보다는, 지난 몇 년간 뼈 빠지게 모아 온 소중한 돈을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두려움 때문에 쉽게 그 광풍에 뛰어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적인 망설임과 동시에, '도대체 비트코인이 정말 그렇게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 가치를 확실히 알 수 있으면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망 또한 강하게 일었습니다.
'왜 이것의 가격은 매일, 매분, 매초마다 이렇게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이는 걸까?',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미래의 화폐가 될 것이고 수천만 원, 아니 수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하는데, 그 가치는 과연 누가, 그리고 어떻게 산정하는 걸까?', '정말로 이것이 엄청난 내재가치를 지닌 것인데, 단지 세상 사람들이 아직 그 진가를 알아보지 못해 초창기에는 헐값에 거래되었던 걸까?'
마치 지난번 재테크 책을 읽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비트코인의 실체와 내재가치를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정확히 어떤 기술(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지 등등, 지금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기본적인 특성들, 즉 비트코인의 펀더멘탈(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이루는 핵심 요소들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에 대해 닥치는 대로 자료를 찾아 읽고 공부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인생에서 처음으로 특정 투자 대상에 대해 이토록 진지하고 깊이 있게 탐구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당시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돈은 땀 흘려 노동을 통해 벌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새로운 디지털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더욱 혼란스럽고 어려웠습니다. 수많은 정보와 상반된 주장들 속에서 내린 잠정적인 결론은, '현재로서 나는 이 비트코인의 적정 가치를 도저히 알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봐도 이것이 개당 100원의 가치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고, 동시에 100만 원, 아니 1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뒷받침하거나 반박할 명확한 근거를 찾기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이것은 확실히 얼마짜리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논리가 서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의 가격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계속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습니다. 그 기이한 현상을 신기하게, 그리고 나도 저기에 뛰어들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지켜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시장은 또 한 번 강렬한 메시지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