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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눈으로 봐야 하는

< 멋진 신세계>

by 무아노


블로그 이웃의 독서 모임 후기를 봤다. 나는 주로 혼자 읽는 편이라 다같이 뭘 읽을까? 하는 궁금증에 따라 읽어봤다. 그리고 머리글을 읽으며 책을 덮고 싶어졌다.

독서를 하고 나면 내용에 대해 100퍼센트 이해를 넘어 그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진다. 하지만 반대로 읽기 자체를 거부하고 싶어지는 책도 있다. 『멋진 신세계』가 나에게 그런 책이었다.


『멋진 신세계』는 고전 문학에서 유명하다(나는 몰랐지만). 대출하려고 보니 다양한 출판사에서 낸 책이 있는데 대부분이 대출중일 정도로 인기도 많았다.

ai에게 물어보니 책의 내용이 수십 년이 흐른 지금과 비슷한 부분이 있기에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거란 답변이 있었다. 소담 출판사에서 낸 책의 번역가 안정효 님 역시 '미래를 이해하려는 예언적인 시도'로 봤으니, 얼추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솔직히, 추천하고 싶지 않다. 어려운 단어, 긴 문장, 여러 등장인물의 동시간대를 번갈아 가며 함께 보여주는 기법을 사용한다. 독자를 헷갈리게 하면서 지치게 만든다. 막힘없이 이어지는 문장을 좋아하는 나에게 고역이었지만 끝까지 읽은 이유는 나 같은 유형의 사람에게 '읽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

특히 독서 입문자들에게는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다. 읽으려고 시도하다 몇 개월을 넘어 몇 년은 책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읽고 싶다면 흐름만 이해할 정도로 흐릿한 눈을 뜬 채 페이지를 넘기는 건 어떨까? 또 하나, 소담출판사 판본의 머리글은 오히려 본문을 다 읽은 뒤 나중에 살펴보는 편이 낫다.


무척 겁을 줬으나, 사실 읽는 걸 때려치우게 만드는 건 머리글부터 제3장까지다. 분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데 여길 지나왔으면 그 뒤는 그냥저냥 읽을 수 있다.

3장까지는 '세계국'이라는 이름의 나라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만들어지고 교육받는지 설명이 나온다. 급을 나눠 인간을 생산하여 육성하는 그럴싸한 방법과 보카노프스키 기법(하나의 난자로 같은 인간 생산) 같은 어려운 단어를 이용해 작가는 유토피아를 가장한 디스토피아적인 차가운 현실을 보여준다.

이후로 등장인물들이 세계국 외부에 살던 야만인들을 구경하기 위해 찾아간다. 그곳에서 야만인 '존'을 만나 같이 세계국으로 돌아온 뒤 문명과 야만의 세계에 걸친 존이 선택한 결말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지배층에 의해 정해진 삶을 살아가는 인간. 효율을 위한 인간성은 조작된다. 그 안에서 인간들은 어떤 차별을 당하는지도 모르고 '행복'하다며 살게 된다. 후유증이 없이 고통과 걱정을 잊게 만들어주는 '소마'라는 약물에 의존하면서 말이다. 그곳은 과연 유토피아 일까?


이처럼 읽고 나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만들어질 수 있지만 읽는데 진을 뺀 나는 '어쩌라고'하는 생각만 들었다. 물론 반대로 '인생책'으로 생각할 수 있다. 책이 계속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 거리는 건 그만한 매력이 있다는 거니까. 분명한 건 맞지 않는다면 그대로 덮어도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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