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위해 오는 곳이 아니라, 머물기 위해 떠나오는 시간.
요즘은
어디를 가든 목적이 먼저 따라붙는 것 같습니다.
힐링을 하러 가거나,
무언가를 배우러 가거나,
어느 관광지를 다녀왔는지 말해야 하거나,
맛집과 카페 투어를
인증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어딘가에서
조용히 압박을 받는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여행조차
결과를 남겨야 하는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어떤 목적도 세우고 싶지 않은 시기가 찾아옵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지금 있는 자리에
계속 머무를 수는 없는 시간.
설명하려 하면 말이 길어지고,
설명을 줄이면 오해가 생길 것 같은 상태.
그럴 때 필요한 건
새로운 자극이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환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안내도 없고,
어떻게 느껴야 한다는 기대도 없는 곳.
산책을 하고 싶으면 하면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으면
그대로 있어도 괜찮은 시간 말입니다.
저는 요즘
‘머무는 데에도 목적이 꼭 필요할까’라는
아주 단순한 질문을 자주 하게 됩니다.
잘 쉬었는지,
회복되었는지,
다시 힘이 났는지 같은 말 없이도
그저 시간이
흘러가도록 두는 것.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가
오히려 지금 우리에게는
가장 어려운 선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무엇을 하러 오지 않아도 되는 곳.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오는 곳이 아니라,
머물기 위해 떠나오는 곳.
각자의 속도로 머무를 수 있는 시간.
요즘 제 생각은 자꾸 그 문장 근처를 맴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