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이니 안심해~ ^^;; 쫌, 심해?

꿈의 해석 - 여섯 번째 장 : 꿈-작업 (압축/전위/묘사)

by 미르mihr



며칠 전 집에서 아주 오랜만에, (나는 먹지 않는) 소고기를 구웠다. 친정엄마는 씹는 맛이 있는 등심을 좋아하는데, 아이들은 입에 들어가면 사르륵 녹는 안심을 좋아한다. 나는 등심과 안심을 따로 구워, 다른 접시에 내놓으려 했다. 그런데 나를 도와주려던 남편이 그만, 안심과 등심을 섞어서 한 접시에 담고 말았던 것. 식탁에 앉은 딸이 '고기 안 질겨요'라고 묻길래, 나는 그만 이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이쪽은 전부 안심이니, 안심해~~"


*

프로이트가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아마 그는 (요즘의 나처럼)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맞아 제명에 못 죽었을 것이다. 그는 아재개그의 달인이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꿈은 언어를 마치 사물처럼 다룬다. 그래서 꿈속에서는 '기묘한' 낱말들이 만들어진다.


"낱말 유희의 모든 영역이 꿈-작업에 이용될 수 있다. 꿈-형성에서 낱말이 담당하는 역할에 놀라서는 안된다. 여러 표상들의 교차점으로서 낱말은 소위 운명적으로 예정된 다의성을 가진다."


처음엔 그의 말놀이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의 독일어와 내가 쓰는 한국말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유사한 발음이지만 전혀 엉뚱한 의미를 지닌 수많은 단어들은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그래도 따라 읽다 보니, 점점 그의 말놀이가 흥미진진해졌다.


*


그러나 그의 말놀이는 그쯤에서 끝나지 않는다. 집요하고 집요한 프로이트의 아재 개그는 막장으로 치닫는다. 이를테면 누군가 꿈 이야기를 하다가,


"그 부분은 흐릿해요"


라고 말한다면,


"흐릿? 흐릿한 건, 당신이 어릴 적 비밀스러운 장면을... 특히 누군가 용변을 보거나 남녀-부모의 정사장면을 훔쳐보던 기억이겠죠."


또 다른 누군가 꿈을 말하다가,


"꿈 도중에 빈이 있어요"


하고 진술하자마자,


"? 그건 여성의 생식기죠!"


하... 이 정도면 나로서는 또다시, 프로이트가 비록 아무리 위대한 꿈 해석가일지라도, '이거 완전히 미친X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도다!


*


실상 <<꿈의 해석>> 읽기에 대한 나의 시도는, 이번이 두 번째다. 몇 년 전 이 책을 읽다가, 하도 기가 차서 중간에 덮어버렸다. 지금 거의 그 부분에 도달했는데, 이번에는 아무리 기가 차도 끝까지 읽어보자고 꾹꾹 다짐해본다. (이렇게 글을 써대는 이유도 책의 완독 및 정독을 위함이다.) 왜냐? 프로이트를 읽다가 문득, 무릇 모든 천재들은 거의 대체로 미친X들이 맞지 않나 싶어졌기 때문이다. 사람이 이 정도로는 미쳐야, 뭔가를 해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게다가 지금 내가 더 잘 보고 싶은 건, 프로이트의 말놀이나 아재 개그 비판이 아니라, 꿈을 대하는 그의 태도다. 프로이트가 꿈의 장면, 등장인물, 꿈의 대화 등을 엉뚱하게 분절하고 혼합하고 해체하고 심지어는 거꾸로 뒤바꿔버리기도 하는 건, 그만큼 우리가 꿈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꿈이 쓰는 말과 우리의 언어는 전혀 다르다. 예컨대 꿈의 언어에는 인간의 말처럼 전치사, 접속사, 조사, 가정법, 조건법, 시적 허용 등등이 없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꿈은 밤마다 우리를 향해 뭔가를 '상영'하고 '묘사'하는데, 그것을 단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저 무시하고 없는 셈 치는 건 아닌가?


어쩌면 꿈은 우리 삶에 정말 중요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 특히나 '쓸모없는 것'을 대하는 '삶의 태도'가 아닐까. 보편적인 쓸모-가치의 전도. 그건 바로 프로이트처럼 집요하게 미친X들만이 행할 수 있는, 삶의 혁명이지... 싶다.


"꿈 작업에서 심리적 힘이 표출된다. 이 힘은 심리적으로 가치가 높은 성분들의 강도를 박탈하는 한편, <중복 결정을 통해> 가치가 적은 성분들에게는 꿈-내용에 이를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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