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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영 Jul 31. 2022

1인 당일치기 여행 - 카루이자와 #1

충동적으로 특별한 계획 없이 카루이자와 가기

저번 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일요일에 근무를 해서 대체휴일을 받았다. 저번 달에는 그냥 집에서 푹 쉬었는데, 이번 달에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도쿄 근교에 가까운 곳 중 어디가 좋을까, 찾아봤는데 아타미랑 카루이자와가 마음에 들었다. 아타미에서는 미술관과 바다를 보고 싶었고, 카루이자와에서는 호수와 만페이 호텔을 가보고 싶었다.


어차피 8월에 요코스카에 조성진 콘서트에 갈 예정이기에 아래쪽보다는 위쪽으로 가자, 싶어서 카루이자와로 선택했다. 평소에 도쿄보다 더 시원한 곳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어디로 갈지는 정해졌지만, MBTI에서 P와 J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답게 신칸센만 끊고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다만 회사 점심시간 등 심심할 때 구글맵에 몇 곳 가고 싶은 곳만 등록해두었었다.


카루이자와에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도쿄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가는 건데, 1시간 10분 정도면 카루이자와 역에 도착할 수 있다. 집에서 도쿄역까지 가는 시간을 포함해도 당일치기하기에 충분한 거리었다. 좀 더 저렴한 방법으로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건데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멀미가 심하고 기차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버스는 아예 선택지에 없었다.


신칸센은 사이타마와 군마를 지나 나가노현으로 향했다. 사이타마에 들어서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는데, 어차피 예상되었던 비에 아침에 잠깐 내리고 그친다고 해서 별로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뽕뽑지 않기' 였다. 뽕뽑는답시고 무리를 해서라도 더 많은 곳에 가려고 하거나, 유명한 식당에서 배부른데도 더 먹거나 하지 않는 게 중요했다. 일상의 권태로움을 잠시 벗어나서 무뎌진 감각을 깨우려고 여행을 하고 싶었지, 괜한 스트레스를 얻고 싶지 않았다. 스트레스는 일상 중에서도 충분하니까. 그래서 지금 바로 출발하면 여기까지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어도 굳이 도전하지 않았다. 이런 기준은 계획이 제대로 세우지 않은 여행에서 참 유용했다.


도쿄역에서 카루이자와 역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 내려서 조금 당황했다. 준비한 건 양우산 뿐이었는데, 여러 상점들이 모여있는 구긴자도오리를 가는 건 무리일 것 같았다. 그래서 원래 아침을 먹으려고 했던 아사노야를 포기하고 구글맵을 켜서 역에서 가까운 카페 중 여덟 시에 연 곳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150미터 거리에 있어서 서둘러 발을 옮겼다.

들어오자마자 느낀 건 습해!!! 였다.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이 낡은 곳에는 스토브가 설치되어있었다. 

기온이 20도 정도였기에 긴팔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이걸 벗으니까 또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여기뿐만이 아니라 다른 낡은 건물인 곳들은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그나마 시원한 나가노현이라 가능한 거 아닐까라고 잠깐 생각했다.


모닝구라고 아침에만 판매하는 메뉴를 선택했는데, 오늘의 수프, 빵, 감자 샐러드, 소시지 그리고 음료가 나왔다. 맛은 별 3.5개. 빵이 내 취향이 아니었다. 시로빵이라고, 하얗고 폭신한 빵이 있었는데 그게 더 내 취향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다 먹으니 다행히 비가 그친 상태여서 가게를 나왔다. 30분 정도 걸어야 했는데, 길에 사람이 없어서 마스크를 벗고 걸었다. 비 냄새와 함께 이렇게 마스크 없이 오래 걸어본 게 얼마만인지! 확실히 공기가 좋은 것도 느껴졌다. 


구긴자도오리에 도착해서 다음에는 어딜 갈까,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냥 가보고 싶었던 곳을 가자 싶어서 만페이 호텔로 향했다.

비가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숲길을 걸으니 낭만스러우면서도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걷는 사람은 나밖에 없고 가끔 택시가 쌩쌩 지났기에 살짝 무서웠지만 한편으로는 완전히 혼자라는 느낌이 들어서 홀가분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래간만에 느끼는 비에 젖은 풀과 나무 냄새에 취해서 마냥 걸을 수 있었다. 자연의 향기로 즐거운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만페이 호텔에 도착. 120년 정도 된 호텔인데, 유독 유명한 이유는 존 레논이 묵었던 곳이어서 그런 것 같다. 

많이들 먹는 애플파이에 밀크티 아이스크림을 추가했다. 음료는 블랙커피. A la mode의 아이스크림은 역시 바닐라가 진리다.



정말 오래된 곳이라는 게 오감으로 느껴졌다. 푹신한 호텔 카펫과 세월의 흐름으로 빛바랜 건물. 하지만 관리를 잘해서 오래되보이지만 반짝반짝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도 역시 에어컨은 없었지만 그렇게 덥지는 않았다. 창문이 없는 곳이라 푸르른 나무들과 함께 안개가 피는 걸 멍 때리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 여행일지는 #2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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