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사람은 유형이 아니다

– MBTI와 체질이 설명하지 못하는 삶의 변화

by 웅토닌

치유약용식물 강의 중에 종종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MBTI가 무엇인가요?”

“사상체질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들 속에는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상대의 성격과 말투, 행동까지

하나의 틀로 미리 알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그 마음 자체는 아주 인간적입니다.

문제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가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 버렸다는 점입니다.


유형화는 편리하지만, 숨을 막습니다


MBTI든 사상체질이든 공통점이 있습니다.

복잡한 인간을 몇 개의 틀로 정리해 준다는 점입니다.

설명은 쉬워지고, 대화는 빨라집니다.

그러나 그 순간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치기 시작합니다.

사람은 언제나 변하고,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요.”

이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해는 멈추고, 낙인이 시작됩니다.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는

지금의 환경, 스트레스의 정도,

삶의 국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붙은 유형은

마치 본질처럼 사람을 따라다닙니다.


체질을 고정할 때 생기는 일


사상의학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보게 됩니다.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이라는 구분은

몸을 이해하는 하나의 관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 체질은 원래 그렇습니다.”

“이 체질은 이런 병에 약합니다.”

라는 말로 굳어질 때, 문제가 시작됩니다.

체질은 고정된 운명이 아니라

생활과 환경이 누적된 결과에 가깝습니다.


먹는 것, 움직이는 방식, 잠의 질,

스트레스의 형태가 달라지면

몸의 반응도 함께 달라집니다.

유형이 앞서 나가 버리면

사람은 자신의 변화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게 됩니다.


유형은 설명서가 아니라 지도입니다


유형화가 완전히 쓸모없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입니다.


지도는 길을 알려주지만

그 길이 전부는 아닙니다.

지도에는 없는 골목도 있고,

어제는 없던 길이 오늘 생기기도 합니다.


MBTI나 체질 이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을 가두는 설명서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참고 지도일 때 비로소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의 나는 ‘유형’이 아니라 ‘과정’입니다


사람은 어떤 유형의 사람이기 이전에

어제보다 조금 더 피곤해진 사람이고,

작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의 나는 타고난 성격의 결과라기보다

살아온 방식이 만들어 낸

임시적인 모습에 가깝습니다.


유형은 사람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지만,

사람을 이해했다고 착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유형화가 놓치는 것들


복잡한 인간을 단순한 틀에 가두게 합니다.

현재의 상태를 본질로 오해하게 만듭니다.

변화의 가능성을 성향과 체질이라는 말로

덮어 버립니다.


이해의 도구가 판단의 기준으로 바뀌는 순간,

유형화는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MBTI는 성격을 설명하려다

사람을 고정시키고,

사상체질은 체질을 설명하려다

삶의 맥락을 가리기도 합니다.


혹시 당신도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라는 말로

스스로를 제한해 본 적은 없으신가요.


치유는 유형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다시 숨 쉴 여지를

허락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사람은 유형이 아닙니다.

사람은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변해 가는

과정입니다.


다음 13회|웃음은 가장 깊은 치유의 숨결

– 웃음은 약이 아니라 회복의 징후

웃음이 왜 단순한 기분 전환이 아니라,

치유의 숨결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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