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은 인생이다

通則不痛 不通則痛

by 웅토닌

배설은 인생이다.

- 웅토닌


배설은 인생이다

먹고, 쌓이고, 버리고, 또 살아간다

우리는 얻으려 만하고

좀처럼 버리지를 못한다


참아야 어른이 된다고만 했지,

비워야 산다는 말은 못 들었다.

시간이 지나 몸이 알게 됐다.

쌓이면 아프고, 비우면 가볍다는 것을


붙잡으면 통증이 되고

놓아주면 시원하다.

쌓으려 만 하다가

버릴 줄도 안다 하면 득도다


너무 움켜쥐지 말고

잘 비워보자.

놓을 줄 알아야 오래간다

배설은 인생이다.

신년첫날부터 응급실을 찾았다.


통즉불통(通則不痛), 불통즉통(不通則痛).

응급실은 늘 급하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배변을 하지 못해 복부를 움켜쥔 채 실려 온 남자는 고통을 참다 참다 결국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조치를 준비하는 사이, 또 한 명이 실려 들어왔다.

이번에는 소변이었다. 방광이 비워지지 않은 채 극도로 팽창했고, 안색은 잿빛에 가까웠다. 결국 그는 잠시 의식을 잃었다.


그 순간 응급실은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공간이 아니라, 막힌 것이 인간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소가 되었다.


의학적으로 설명은 간단하다. 장과 방광은 저장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비워지도록 설계된 기관이다. 배출이 막히면 압력이 쌓이고, 혈류가 방해받으며, 신경은 통증 신호를 보낸다. 몸은 더 이상 “조금만 참아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지금 비우지 않으면 손상된다고, 생존이 위협받는다고 경고할 뿐이다.


동양의학에는 이 단순한 사실을 이미 오래전에 정리한 말이 있다. 통즉불통, 불통즉통.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반드시 아프다. 우리는 이 말을 흔히 기혈이나 장부 순환의 문제로만 이해한다. 그러나 그날 응급실에서 이 문장은 몸을 넘어 다른 층위로 번져가기 시작했다.


사회도 비슷하지 않은가. 말이 막히면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형태로 쌓인다. 불만은 침묵 속에서 압축되고, 질문은 허용되지 않는 순간 음모가 된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그 조용함은 평화가 아니라 울혈에 가깝다. 몸이 그랬듯 사회도 막히면 아프다. 다만 사회의 통증은 개인의 복통처럼 즉각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대신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는 본래 쌓인 것을 배출하는 장치다. 불만을 흘려보내고, 갈등을 분산시키며, 과도하게 집중된 힘을 풀어주는 구조다. 그러나 비판이 통하지 않고, 견제가 막히며, 질문이 봉인될 때 정치는 저장고가 된다. 그 안에 쌓이는 것은 안정이 아니라 압력이다. 역사에서 반복되는 붕괴는 대부분 외부 공격이 아니라, 내부에서 막힌 흐름이 견디지 못하고 터진 결과다.


경제 역시 순환의 문제다. 돈은 쌓이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흐르기 위해 존재한다. 유동성이 막히면 기업은 숨이 막히고, 소비는 얼어붙으며, 시장은 경직된다. 공황은 언제나 같은 얼굴을 하고 온다. 자본이 돌지 않는 순간, 신뢰가 먼저 무너지고 그 뒤를 고통이 따른다. 이것은 복잡한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막힌 혈관이 몸을 망가뜨리는 것과 같은 구조다.


철학적으로 보아도 다르지 않다. 생각은 흡수만으로 깊어지지 않는다. 버려지지 않은 사고는 집착이 되고, 갱신되지 않은 신념은 교리가 된다. 비워지지 않는 사유는 결국 자유를 잃는다. 노자가 말한 그릇의 비움은 결핍이 아니라 기능의 조건이었다. 비어 있기 때문에 쓰임이 생긴다.

우리는 오래도록 참는 법을 배워왔다. 쌓아두는 것을 능력이라 여겼고, 버리는 것은 무능처럼 취급했다. 그러나 몸은 가장 먼저 그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쌓이면 아프고, 비우면 가볍다고. 참는 것은 회복이 아니라 손상이라고.


그날 응급실에서 만난 사람들은 철학을 말하지 않았다. 정치를 논하지도, 경제를 분석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몸은 이미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통하지 않으면 고통이 된다는 것, 흘러야 살아간다는 것.


그래서 이 시가, 이 이야기가 말하는 배설은 단지 생리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삶이 작동하는 방식이고, 사회가 유지되는 원리이며,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유가 건강하기 위한 조건이다.


배설은 인생이다.

통하지 않으면 고통이 되고,

통하면 비로소 웃을 수 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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