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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타 Nov 29. 2024

비가 눈이 되다

성급하지만 고집 센 나를 비추는 자연이라는 거울




며칠 전

☔️우산을 받고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고 걷다가 단 1초 한 순간에 그 비가 얼음 보숭이 같은 눈으로 변하는 순간을 목격하니 기분이 꽤나 묘했다.

아직 떨어지지도 않은 가을 낙엽에 눈이 쌓인다.


약간의 경이로움과 왠지 모를 허무함.
자연 앞에 무기력해질 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으로서 편안함을 느낄 때도 있다.


이렇게 가을 낙엽 쌓인 자리에 참지 못 한 찬 눈이 엉겅켜 자리하는데
혀를 깨무는 급박한 이내 마음도
오래 매듭 박힌 나의 불편한 성향도 매번 투욱-툭 몸이 시리게 탓할 것만은 아니겠지.



물건도 오래되면 낡아빠지고 닳아서 새로 사야 하는데

마치 강철로봇 같지만 가장 연약해서 다루기 힘든 면의 나의 성향과 불편한 고집을 여전히 마주할 때면 시도 때도 없이 나는 자연을 마주하고 싶어 진다.



사람은 항상 나아지고 좋아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때때로 무언가 나아지고 좋아지려는 노력에서마저 벗어나 안주함을 느끼고 싶은 몸의 욕구, 아집(我執)으로부터 벗어나 그저 자연과 동화되고 싶은 본능.

잠이 안 올 때 빗소리 ASMR을 틀어놓는 것도 결국 생각의 꼬리를 무마시키고 싶은 거일테다.


스스로를 내외적으로,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건 너무 당연하지만 동시에 큰 일이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흔들리고 적절히 노를 저어 가야 하는 나라는 존재.


어쩌면 때로는 노를 젓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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