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라는 가치
코로나에 걸렸다.
바이러스가 온 세계를 장악하던 날.
나만은 잘도 피해가더니.
사회도, 나도 느슨해진 틈을 타 내게 숨어들었다.
39도로 치솟는 열, 찢어질 듯 한 목, 맥없이 축축 쳐지는 몸.
잠도 자지 못하고, 물 한모금 삼킬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겨우 뱉은 말은 병원에 데려가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약처방 말고는 달리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저 이 아픔이 지나갈 때 까지 오롯이 나 혼자 견뎌내야 했다.
5일을 꽉 채워 코로나를 치러냈다. 그 시간동안 알차게도 아팠다.
그리고 몸을 완전히 회복하는데 한달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
한차례 아픔이 지나고 난 후 내 몸이 얼마나 더 이런 아픔을 견뎌 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운동을 그만 둔 지 5년이 넘어간다. 그 시간동안 체력과 면역은 자꾸 떨어졌고, 조금이라도 무리하는 날은 일주일동안 집안에 박혀 체력을 비축해야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뭐라도해야겠다 마음을 먹지만, 내가 원하는 체육관도 없는 우리 동네에 벌써 의욕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이라는 다짐이 무색하게 핸드폰 검색창에 손가락만 두들겨 댄다.
그러다 지인이 추천한 필라테스에 눈이 갔다.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였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면..'
이라는 변명으로 결제버튼을 눌렀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필라테스 때 입는 레깅스, 전용양말에 식단 조절용 야채, 채소, 착즙기까지 .. 건강을 위한 지출이라 스스로 최면을 걸며 자꾸 지갑을 열었다.
메말라가는 잔고는 다음 월급이 채워줄것이라 믿으며 말이다.
며칠 사이 100만원이 넘는 돈이 내 건강을 위해 쓰였다.
사치는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따라 가치로 변한다. 이런 변화들로 아침기상은 힘들지 않았고, 화장실도 하루에 한번씩 가게 되었다. 싫어하던 헬스장은 남편과의 데이트 장소로 변했고, 닭가슴살을 먹는 남편을 이해하며 함께 건강식을 즐기게 되었다.
돈은 쓰였지만 내 행복은 좀 더 상승 곡선을 향해 달려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