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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eom Aug 28. 2024

Road to street?

"응~ 아니 어이없잖아. 현재 그새 x 뭐라고 설치고 다니는지 잘 모르겠어.  무언가 망상에 빠져있는 거 같아. 그 누나 만난 뒤로 행동에 날이 서있달까. 한마디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야. 걔? 있는 거라곤 괜찮은 직장이랄까? 평균 직장인 연봉 2배~3배 더 받으니깐. 그러게 그 누나가 왜 그새 x한테 들이대는지 모르겠다니깐? 너도 그 누나한테 들이댔다가 차단당했잖아. 응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하단 말이야. 무슨 의도를 가지고 걔한테 접근한 지. 뭐가 꼭 있을 거야. 여기저기서 구린내가 난다고. 아 나도 정상이 아니냐고? 




뭐 그건 너의 상상에 맡길게. 나도 그 누나에게 접근했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차단당했으니깐. 겨우겨우 차단 풀린 거지. 그 이후론 뭐. 아무것도 없어. 나도 소문을 들은 게 있어서 그새 x 구원해 줘야지. 그러면 걔는 나를 영웅처럼 생각하겠지. 사람 구슬리는 건 참 쉬워. 이 세상에는 거짓된 세상으로 진실성이 점점 죽어가고 있거든. 이 아름다운 세상에 말이야. 너는 어떡하면 좋겠어?"




바지 속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화면을 보니,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는 차가운 공기가 둥둥 떠 다닐 정도로 몹시 추웠다.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분위기를 환기시킬 겸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마음에 누나에게 양해를 구했다. "누나 혹시 미안한데, 전화 좀 받고 와도 될까?" 누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전화를 받지 말라는 일종의 신호겠지라고 생각한 나는 입 안에 가득 찬 침을 삼키며 상황을 모면하려고 오만가지의 생각을 했다. 춥디 추운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한 방법을 궁리했다. 그러자 누나가 답답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전화 중요한 거 아니야? 받아도 되는데..? 왜 안 가고 있어. 갔다 와도 돼." 나는 여자들의 진실된 마음인지, 거짓된 마음인지 이런 퀴즈 같은 형태의 질문이 내 머릿속을 해 집어놓는다. 




그녀의 표정을 보면, 거짓된 마음인 것 같지만 명확하게 파악하기는 큰 어려움이 따랐다. 그래. 이건 진실된 마음이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심판의 저울이 거짓 쪽으로 천천히 기울어지며, 단호하게 판단을 내렸다. 그저 현아 누나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내 안의 작은 외침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내 철학관념과 일치하지 않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 별거 아니야. 중요한 전화도 아니고. 괜찮아" 누나에게 괜찮다는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오히려 분위기의 온도는 영하로 떨어졌다. 누나의 입장에서 남자답지 못하고 자신감이 없어 보였던 걸까. 관심에 가득 차있는 눈빛이 아닌, 남자는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가득한 듯 실망이 짙게 깔려 있었다. 얼음장 같은 냉기가 내 몸속으로 스며들며, 공기가 얼어버릴 듯한 차가움이었다. 탈출구가 있었다면 돈을 내서라도 탈출하고 싶었다. 



그러자 다시 한번 진우에게 전화가 와 이 순간만큼은 진우에게 고마웠다.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든 지금은 상관없이, 전화를 무조건 받아야만 했다. "내 친구가 무슨 일이 있나 봐. 계속 전화가 오네. 미안하지만 전화 빠르게 받고 올게." 차분하고 담백한 어조로 누나에게 말을 건넸다. 누나도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빠르게 그 자리에 일어선 후 밖으로 나가 담배를 꺼내고 전화를 받았다. 



"아.. 시 X 돛대네." 무언가 기분이 석연치 않다. 조만간 문제가 터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보세요. 왜 전화했어." "야 너 어디야? 설마 그 누나랑 있어? 야 내가 알아보니깐 그 누나 남자 있다고 들었어." 다시 시작되는 갈림길. 진우의 헛소리에 온몸이 피가 거꾸로 솟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 누나와 내 관계를 망치려는 작전이야 뭐야. 어쩌라는 거야." 담배를 손가락 검지와 중지 사이에 위치시킨 후 진우의 목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담배는 점점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거는 너의 판단에 맡기는 거고. 나는 주의를 주는 거야. 너의 마음에 상처가 나지 않게 말이야." 지금까지 묵혀왔던 온갖 감정들이 서로 융합되어 폭발했다. "야 이 새 X야. 너는 내게 관심조차 없다가 현아 누나 만난다고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행동이 달라진 거 알아? 내 사생활에도 아무 관심도 안 주던 네가. 갑자기 이런 행동을 보인다는 게 존 X 수상해보일정도야. 솔직하게 너는 나를 투명인간처럼 여겼잖아. 아 투명인간도 잘 쳐준 거지~ 넌 나를 더러운 먼지처럼 생각했지? 필요할 때만 찾는 이기적인 새 X야. 그딴 식으로 살지 마라."



내 감정을 호소하는 동안 손에 들린 담배는 어느새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타들어가든 담배처럼 내 마음도 서서히 재가 되어갔다. 그래. 지금까지의 진우 그 녀석의 행적을 보면 이상할 정도로 수상하다. 여자에 미쳐 살아서 그런지 남자에 '남'자도 관심 없던 얘가 갑자기 나를 챙긴다는 것부터 말이다. 나를 괴롭히던 수수께끼는 조금씩 풀려가는 듯했다. 그래. 남 잘되는 꼴 못 본다고, 진우 녀석도 내가 잘 되는 꼴을 보기 싫은 거겠지. 내게 질투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며, 나 자신을 위로했다. 



다 타버린 담배는 아무 죄 없는 길바닥에 던져버리며, 내 온갖 감정이 섞인 침도 뱉었다. 그러자 동찬이 목소리가 들렸다. 동네도 좁은 탓에, 만날 사람은 다 만나게 되는구나. 동찬이가 인사를 건넸다. "너 여기서 뭐 해."

"뭐 하긴 현아 누나랑 기분 좋게 술 마시고 있는데, 진우 녀석 때문에 기분만 잡쳤어." 동찬이는 내 말을 듣고 눈이 커졌다. "현아 누나랑 술 마신다고?" 



"응 왜 그렇게 놀랄 일이야? 진우 때문에 기분 잡쳤다니깐?" 동찬이는 고민에 잠긴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데 말이 섣불리 나오지 않는 느낌이랄까. "야 할 말 없으면 들어간다. 누나가 기다리고 있어. 진우 녀석한테 욕하느라 시간 버렸네." 간단하게 인사 후 들어가려던 찰나에 동찬이가 결심한 듯 얘기를 꺼냈다. 



"현재야 미안해. 나 현아 누나랑 연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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