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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eom Sep 02. 2024

Final - 진실

지금까지의 진실은 이렇다. 나는 아버지가 성공한 사업가이시다.  회사의 오너이자 부동산자산과 토지자산을 제외하고 순자산만 억대가 넘어간다. 어릴 때 부족함 없이, 남들이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거 아무런 걱정 없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저축이란 개념이 없었다. 아버지는 저축할 돈으로, 작은 규모의 사업을 만들라고 하셨다. 남들보다 많은 경험과 많은 실패를 쌓으며,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사업에 특화되어 있지 않는 나는 아버지가 원하시는 요구를 들어주진 못했다. 



그래서 사업은 잠시 미뤄두고 아버지가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과에 들어가며, 좋은 학벌을 갖추기 위한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그러나 첫 인턴으로 입사한 회사는 내 전공과 거리가 먼 마케팅 부서에 입사하며 업무 적성과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그래서 아버지께 비밀로 경영 관련 컨설턴트 회사에 취업했다고 속이고, 실제로는 마케팅 회사에 입사해 경력을 쌓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유령처럼, 사람의 시선에 띄지 않았으며 긴밀한 소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은둔형 외톨이처럼 회사생활을 이어가고 있던 도중 그때 진우가 먼저 다가와줬다. 훈훈하고 훤칠한 키를 자랑하며 누가 봐도 주변에 인기가 많을 것 같은 사람이.



아무도 말을 걸어준 사람이 없는 내게 처음으로 다가와준 사람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엄청난 기쁨이 찾아왔다. 마치 신께서 구원의 손길을 주신 것처럼. 항상 내 주장을 소신껏 펼치지 못하고 이끌려 다니는 거짓된 삶을 살고 있어서 그런지, 나를 안타깝게 보셨나 보다.  진우와 함께 지내며 내게 좋은 말과 더불어 같이 다니는 것 하나 때문에 극히 낮았던 자존감이 점차 올라갔다. 



진우에게 내 가족관계를 포함하여 내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 모든 것을 아낌없이 얘기했다.  얘기를 하던 도중 진우의 표정을 보니, 표정은 점차 썩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난 내가 부러웠나 보다. 원하는 것을 눈치 없이 할 수 있었으니깐. 그러나 진우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진우의 가정환경은 마음이 아플 정도로, 이야기를 들으면, 바늘로 콕 찌르는 듯한 아픔이 저절로 찾아온다. 그 고통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커졌다. 부모님이 서로 이혼하여, 어머니가 데려갔다고 한다. 어머니는 오전엔 카페, 오후엔 식당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진우를 잘 돌봐주지 못했던 것이었다.  



할머니손에 자랐으며, 세심한 것 하나하나 잘 챙겨주셨다고 한다. 그래서 진우는 울면서 공부를 했다면, 나는 아무런 걱정 없이 공부를 한 것이 진우와 나의 큰 차이였다. 그래서 애초에 이뤄질 수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관계는 점차 진전되지 않고, 비즈니스 관계로 남게 되었다. 



결혼 관련, 미래에 대해 불안감이 많았던 진우는 '돈'에 현혹당했다. 월에 얼마를 버는 강의가 나오면 구매하기 바빴고, 무엇이든 치열하게 도전한다는 것이 진우에게 존경심이 생겨났다. 진우를 보면 생각나는 게 딱 우리 아버지가 원하는 아들상이다. 나 자신에게 반성을 하며, 잊고 있었던 아버지의 원하는 바람을 들어드리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아버지가 원하는 아들상이 되겠다고. 




나도 진우의 열정에 본받아 사업에 곰곰이 생각해 보고, 관련 서적들을 구매해서 공부하는 등등 실제로 영업 관련 부서에 힘을 받아 영업도 배웠다. 그리고 제조 관련 회사 사람들과 미팅하는 등등 시간이 지날수록 내 사업은 조금씩 발전하고 있었다. 사업가의 피가 흐르는 나는 무엇을 하든 마지막엔 사업가의 길을 걷는다는 것을 비로소 다시 알게 되었다.



사업적인 전략을 잘 활용하는 나를 본 진우는 그 지점에서 질투의 무게가 더욱 가중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현아누나를 소개해주고, 자기네들끼리 협력해 내 자원을 탈취하려고 했던 셈이다. 지금까지 그 누나의 과거를 파헤쳐보니, 여우짓으로 상대를 홀려 돈을 잘 뜯어냈더라. 그것도 나이가 좀 있고 어느 정도 사업 규모가 큰 아저씨들을 상대로 교묘하게 접근했던 것 같다. 




아, 많은 내용이 누락되긴 했지만, 그날에 자리를 벅차고 일어나서 그녀의 sns에 들어가 깊게 관찰했다. 여기에서 팔로워 중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리고 그 남자들은 불법을 저지를 것 같은 인상과 분위기를 가득 풍겼다.  



두 번째. 과한 sns 활동으로 파격적인 사진을 통해 남심을 자극했다. 매일 업로드되는 게시물과 수두룩하게 쌓여있는 댓글하나하나에 정성이 담긴 답변. 커리어우먼의 길을 걷는다는 것과는 별개로 다른 곳에 과도한 관심을 쏟고 있었다. 즉 말과 행동의 일치성이 없었다. 



세 번째. 가진 것에 비해 호화로운 사치를 즐겨한다. 그녀의 수입은 내가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다. 그리고 분위기 좋은 바에서 수입에 대한 얘기가 잠깐 나왔었는데, 내가 예상한 값의 근사치였다. 뭐 그렇다고 그녀가 진실된 말을 했을 리가 없다. 애초에 속고 속이며, 심리게임을 펼치는데 특화되어 있는 사람이니깐.



딱 봐도 돈이 척척 감긴듯한 가방과 누가 봐도 탐낼듯한 액세서리 그리고 무조건 분위기 좋은 바에 가며, 값비싼 술을 시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녀의 사고방식. 그런 사고방식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그녀의 여성스러운 매력을 무기로 삼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남자의 자원을 갈취한 것 같다.



나에게 똑같은 수법으로 여러 명에게 다가간 것을 생각하니,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역겨웠다. 이런 사실은 진우가 고백했다. 누나와 합동작전을 펼쳐 내 자원을 털어가 서로 나눠먹을려던셈. 그 사실을 듣고, 진우와의 관계는 빛의 속도로 정리했다. 진우의 마음을 포용해 봤자 결국에는 내 등에 칼을 꼽을 얘라는 것을 아주 잘 알기에,



내게 거짓된 말을 하지 않았던 동찬이에게 고마웠다. 이번 일을 삼아 친하게 지내지 않던 동찬이에게 신뢰가 생겨 관계가 더 깊어졌다. 이번 일로 여자는 두 가지 양면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을 입증할 순 없지만, 아주 작은 의심을 품고 세세히 관찰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해. 조급하게 다가오는 사람을 조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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