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나들이 Mar 22. 2024

조양방직은 카페인가 박물관인가

강화의 숨겨진 명소

"글 쓰려면 가야지."

슬기로운 휴직생활 연재 핑계로 나갈 궁리를 한다.

어디로 갈까 잠시 생각하다 강화도로 정했다.


목적지는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조양방직이다. 

신문리 미술관이라고도 적혀있어요

카페입구에는 조양방직 신문리미술관이라고 적혀있어서 더 기대가 됐다.

들어가자마자 옛날 목마에  올라타기도 하고 버스에도 올라가 운전대위에 앉아 보았다. 이곳의 재미있는 점은 각 건물이나 탈것에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해 작은 카페처럼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내부로 들어가니 공장터와 건물 골조를 그대로 살려놓아 공장 본관, 정비창, 숙소 건물을 돌아보며 그 시절을 떠올려보게 다.

 사무실과 기숙사는 고가구와 유럽제  골동품, 세월이 묻어나는 소품으로 내부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벽면은 유럽에서 온 그림과 옛날 영화포스터로 장식되어 박물관과 미술관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반가운 뻥튀기 기계
일제시대 적산가옥도 카페로 활용하고 있었다.

공장 본관은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시멘트 벽과 해지고 색이 바랜 고가구들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기에 수십 개의 주광색 조명을 달아 따스함을 더해졌다. 기다란 작업대는 커피테이블로 변했고 영국에서 온 문짝, 체코 기차의 둥근 거울은 다른 조화로움을 만들고 있었다.

300평 규모의 건물과 마당에 있는 전시물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커피값 7000원이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볼거리가 풍성했다. 1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큰 곳인데도 오후가 되니 조금씩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우리 옆자리에 앉은 중국인들은 빵을 맛있게 먹고 나더니 곧바로 일어나 나갔다. 가만히 보니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구경하고 있었다. 외국인들도 재밌게 구경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여기가  화장실이라니 믿어지시나요


늦은 점심으로 밴댕이 삼종세트를 먹으러 근처에 있는 풍물시장에 갔다.

밴댕이 회, 밴댕이구이, 밴댕이 무침이 싱싱하고 맛깔스러웠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후식으로 땅콩엿을 깨물었다.

조양방직은 대지주와 소작 관계의 봉건적 경영 형태에서 산업자본으로 전환한 대표적인 경우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산재보험에 가입해 노동자의 산재에 대비해 본이 되는 기업이었다


그런 곳이 사라지지 않고 보존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박물관과 카페로 운영되고 있어 진심으로 뿌듯했다. 방직공장 건물 골조를 매개로 역사 속 이야기와 레트로 감성이 공존하는 곳. 아이부터 노인까지 아우를 수 있는 화합의 장소. 다양한 세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장소가 90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곳이라 생각하니 더 정이 간다.


나이 들어도 여전히 짱짱하고 멋진 골조를 가진 사람. 인생을 삭혀낸 노련미는 물론 젊은 감성도 어울리는 사람이 누구에게나 사랑받지 않을까. 이곳처럼.


한 줄 요약: 조양방직은 입장료를 커피값으로 대신하는 착한 박물관이다.




조양방직은 일제강점기 때 강화 갑부였던 홍재묵, 재용 형제가 1933년 민족자본으로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방직 공장이었다. 1960년대까지 우리나라 최고의 인조직물을 생산하였으나 세월이 흘러 강화 직물이 쇠락하면서 폐가로 전락했다. 방치되어 있던 이곳은 2018년 국책사업을 통해 보수공사를 거쳐  미술관 겸 카페로 재탄생되었다.



이전 01화 부암동 골목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