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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May 12. 2024

내 주제 파악부터 시작했습니다.

라라크루 - 금요일의 문장 : 주제 파악 잘하는 나를 향한 칭찬

"쟤는 국어를 참 잘해, 너는 수학을 잘하고."

고등학교 시절 주제 파악을 잘하는 친구를 보면 국어를 잘한다고 칭찬하고 자기 분수를 잘 아는 친구에게는 수학을 잘한다고 칭찬했다. 따지고 보면 그다지 다를 것도 없는 표현인데 그때는 그런 말장난을 하며 유희했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국어를 잘하는 쪽이었다. 주제 파악을 잘하는.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열심히 산다."이다. 태생이 게으른 데다 목표가 없으면 한없이 늘어지는 나 자신을 일찍부터 간파했다. 며칠 동안 밖에 나가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고 누워서 핸드폰으로 재밌는 영상을 보며 끼니를 대충 때우는 것도 자연스러운 행동양식으로 내 몸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대학시절, 방학이 되면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과 놀러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아니고 그저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또 봤다.


직장을 가지고 나서 나를 성실하게 만들 도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40대에 휴직을 하니 또다시 게으름의 늪에 빠질 것을 대비해 영어와 유화수업에 등록했다. 글쓰기를 시작했고 글모임에 가입했다. 그래도 시간은 남았고 게으름을 묶어둘 다른 장치가 필요했다. 건강하기 위해서, 행복하기 위해서 아기자기한 소모임에 발을 들여놓았다.


라라크루방

일주일에 글 두 편을 써서 그룹채팅방에 공유한다. 3개월에 한 기수씩 진행되는데 6기부터 시작하여 이번 달부터 8기가 시작되었다. 내 휴직 생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브런치 글쓰기와 글벗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베이스 캠프다.


행복일기방

세줄 일기 앱에 행복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올리고 행복한 순간을 세 문장으로 표현한다. 횟수 제한은 없지만 매일 행복일기 그룹채팅방에 세줄 일기를 올리고 있다. 귀여운 딸이 내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순간에도 산책하다 어여쁜 들꽃을 발견한 순간에도 좋은 사람과 맛있는 수다를 나눠먹는 순간에도 휴대폰을 들고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쑥마늘방

매일 플랭크 5분과 한 편의 시와 영어 명언을 필사해서 그룹채팅방에 인증했다. 덕분에 피곤하다는 핑계로 며칠씩 건너뛰기도 했던 플랭크를 매일 하게 되었다. 시를 필사하면서 작품에 담긴 감수성과 창의성에 감탄하고 문장 한 줄 한 줄에 감동하는 순간이 행복했다.

 현재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시켜 근력운동, 독서, 글쓰기, 영어공부 20분을 인증하고 있다. 매일 인증사진은 올리지만 네 개중 한 개 정도는 못하는 날이 더 많다. 고작 1시간 20분인데, 이건 핑계다. 그냥 하면 될 것을.


걷는 하루방

아침마다 플랭크를 하다 보니 오늘 하루 운동량을 채웠다는 안도감에 걷기를 미루기 일쑤였다. 행복일기방에서 만난 회원분이 운영하는 걷는 하루방에 합류했다. 5 천보 이상을 걷고 자유롭게 인증하는 방식이다. 후천적으로 습득된 성실함 때문인지 이 방에 합류한 이후로 아침에 딸아이를 내려주고 나면 곧장 호수공원으로 가게 되었다. 매일 아침 걸으니 조금씩 있던 허리통증마저 사라졌다. 아침 산책을 하면서 영어 외에 새로운 언어가 배우고 싶어졌다. 플루트소리, 피리 소리, 개구리 소리를 닮은 아름다운 새의 언어가 알고 싶어 졌다. 어떤 새가 노래를 하는지 알아듣고 아는 체를 해주고 싶다. "소쩍새야, 놀러 나왔구나." "종달새야, 짝을 찾고 있구나."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사람들이 내게 건넨 "열심히 산다."라는 칭찬이 나를 계속 움직이게 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것에 보태어 내 의식 속 자아가 나를 자각시켜 준 것이 유효했다. 내가 무기력의 숲에서 헤매지 않도록 유의미한 길로 안내해 주었다.


별로 착하지 않고 별로 좋은 사람이지 못했던 나를 잘 알았다.

그래서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착한 사람과 결혼했고, 좋은 부모가 되기 앞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남편감을 고르는 첫 번째 조건이 하얀 피부였다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말했지만 사실은 착함이었다.


오늘따라 테스형님이 더 위대하게 보인다. 너 자신을 알라. 나 자신을 잘 알았던 관계로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 하루쯤은 나를 잘 알고 있는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한 줄 요약 :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나 자신을 잘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라라크루 금요일의 문장 공부

[오늘의 문장]

에밀리 디킨슨, <에밀리 디킨슨 시선집>


사랑하는 이여, 강하다고

날 칭찬해 준 그 첫날 -

원하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해준 그날 -

그 많던 날 중 – 그날 -


그날은 – 부채 모양 금장식으로

둘러싸인 보석처럼 – 빛났어요 -

어렴풋한 배경이던 – 하찮은 날이 -

이 세상에서 – 가장 중요한 날이 되었어요.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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