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내가 운영한 첫 독서모임이 있었다.
두 번 얼굴을 본 적은 있었지만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작년 한 해 독서모임 모집을 몇 번 시도했지만
모여지지 않았고 11월 또 안모이겠지만 그래도 올려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올렸었다.
만든지 얼마 안되어 두 분이 들어오셨다.
거기다 적극적이기까지 하시다...
이게 무슨일인가? 싶었다.
당연히 이번에도 안모이겠지란 마음으로 올렸는데 들어오시니 반가움과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적극적인 모습에 잠시 뒷걸음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아직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기대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혹시나 혹시나 한 권이라도 읽고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내가 정말 읽고 싶었던 책 한 권이라도 읽자란 마음으로 사피엔스 얘기를 꺼냈다.
두 분 다 사피엔스에 찬성하셨고 첫 지정서가 되었다.
원래는 사피엔스를 완독하고 이야기를 나누려 했지만
책이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었고 1부와 2부 그리고 3부와 4부로 나누어 읽고 만나기로 했다.
질문을 미리 공유했고 질문 순서도 정했다.
책의 내용을 먼저 짚는 질문, 개인의 경험으로 내려오는 질문, 미래를 향한 질문.
얘기가 중간 중간 새더라도 적정한 선에서 다시 책이야기로 돌아올 수 있게만 하자란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다행히 다들 이 책에 대한 호감도가 높으셨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다른 얘기가 길어져서 내가 질문을 보고있으면 알아서 말의 자리를 내어주셨다.
제이님은 집안 경제력이 무너졌던 경험으로 인해 사회생활하면서 돈을 정말 열심히 모아 왔다고 했다. 결혼을 앞두고 전세 이야기가 나왔고 과거의 기억으로 안정적인 집은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렇게 모은 돈 8천만 원을 보태 집을 샀다는 이야기를 조용히 꺼냈다.
에이님은 어린시절 부모님이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가시는 분들이셨다고 했다. 부모님이 어떻게 살라고 말씀은 안하셨지만 부모님이 사시는 모습에 자신도 앞만 보고 달릴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현재는 아이들과 1년에 서너 번 해외에 나가는데 처음애눈 아이들의 경험을 넓혀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질문을 통해 돌아보니 그것은 앞만 보고 달려왔던 자신의 과거에 대한 하나의 반발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같은 질문이었지만 각자의 삶에서 전혀 다른 장면들이 꺼내졌다.
기존에 이미 알아왔던 사이라면 이미 그 사람에 대한 편견으로 그사람의 이야기가 있는 그대로 나에게 들어오지 않았을 것 같다.
모인 사람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에 그들이 꺼내는 이야기가 있는 그대로 나에게 들어올 수 있었다.
한 사람에 대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알아가게 되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같다.
모임이 끝나고 한 분은 책태기왔었는데 책이 읽고 싶어졌다며 읽기 시작한 책 사진을 보내주셨다.
다른 한 분은 다음에 러닝도 함께 해보자는 이야기를 꺼냈다.
책만이 아니라 경험도 함께 나누는 모임을 해보고 싶었기에 먼저 그런 제안을 건네주셔서 반가웠다.
그렇게 모임이 끝난 뒤 앞으로의 독서모임에 대한 기대가 살짝 얹어졌다.